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7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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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10 ㅣ No.117

08:30 - 한민청과 푸른학교 천막이 부산스럽다.

      언덕 계단공사를 위해 서 있는데 푸른학교 관계자가 다가온다. 이제 철수합니다.

      그간 여러가지로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며, 이제부터 서서히 일용직 근로자들과

      푸른학교 관계자들이 다시모여 실직자 자녀들에게 무료급식과 방과 후 지도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며, 수배중이던 동료들이 자진출두하여 원만히 일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활짝 웃는다. 굳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한민청은 바쁜관계로 만나지를 못했다. 아마 그들은 이제부터 단합된 힘으로

      8.15 범민족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바라는 통일의 축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10:00 - 대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 30여명이 운집해 있다.

      한민청과 푸른학교 천막을 철수하기 위해 나갔더니 어떻게 알고 들어왔는지

      "전대기련"(전국대학생기자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탁자를 놓고 한민청과 푸른학교에서

      비워놓은 천막에 이미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기자들이 오지는

      않았다. 다만 대학 학보사 기자들이 몇 명 보일뿐이다. 휴~~~~~~~~

      대표로 보이는 학생들 4명이 나를 보자 급히 달려온다.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강의를 해야하니 13:00에 만나자고 말한 후 헤어졌다. 할 말이라야 천막농성을

      허락해 달라는 말일 것이다.

 

13:00 - 전대기련 소속 대표학생 4명과 만났다.

      만나기전 6월 초에 기록한 농성일지를 복사해 주었다. 명동성당의 입장을 기록한

      것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또 반복해서 해야하기에 선 이해를 가지고 오라는 뜻이다.

      명동성당에 들어온 이유를 짧게 요약해서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온

      "전대기련 무기한 농성 기자회견문"과 "이해찬 교육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 질의서"

      (공개 질의서는 지난 5월 12일 발송한 것이다.)를 내밀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핵심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대학신문 발행 중단 사태와 관련해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하루속히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한 농성"이라는

       것이다. 이에 인제대, 계명대, 대구효성가톨릭대, 신라대 등 4개 대학신문사 기자단

       30여명이 무기한으로 단식에 들어가리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교육부 앞이나 학교에서 무기한 농성을 해야지 어째서 명동까지

       왔느냐?고 묻자, 모든 농성자들이 하는 말과 똑같이 "여론의 집중지이고, 민주화의

       성지이기에 이곳의 정신을 본받고 투철한 정신으로 투쟁에 임하려고"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못알고 있는 생각이다. 아침에 준 유인물을 읽어

       보았느냐?고 묻자 읽어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사람들은 모두 수배자이거나 정말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만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 것인데, 왜 천막을 쓰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모두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

       이라 갈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부 앞에서 천막을 치라고 하자,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명동성당의 입장과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난감해 하며 합의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그럼 합의를 이루고 다시

       보자고 했다.

         20년 가까이 농성과 시위, 천막들을 보아오며 힘겹게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 명동

       성당의 신자들.... 그 사람들은 과연 이러한 생각들에 뭐라 말할 것인가? 어떤 신자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참 지치고 힘들어요. 성당을 오는 것은 하느님을 뵙고

       기도하며 피곤한 삶을 정리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은

       도무지 그러지를 못했다. 여기를 오면 또 다시 시끄럽고.....하여간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왔다가 오히려 마음만 상하고 돌아선다. 만일 누가 자기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마련한 장소에 1주일간 만이라도 점령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떻겠는가?라며

       한숨을 내 쉬는" 그분을 보노라면 그 사람 역시 심각한 피해자임을, 그래서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하느님!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야 합니까?

       어디 한군데 진정한 당신의 평화를 누릴 곳이 없다는 것입니까?

       농성자들은 농성자들 나름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고,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의

       백성들 대로 힘에겨워 하고, 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해당사항들이 관련된 곳에서 투쟁들을 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명동성당은 정말 투쟁하고 싶어도 투쟁할 수 없는 없는, 그래서 투쟁할 때까지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자신들의 주장들을 밝히고, 또 언론들은

       이런 이들의 주장들을 다루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불의한 일이라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왜 유독 이곳에서만 이렇게 서로가 힘겹게 있어야 하는지.......

       저도 답답합니다.

         **"기자회견문과 공개 질의서"는 30쪽 분량이라 도저히 첨부로 올리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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