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성당 게시판

또 하나의 가을 혹은 새로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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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진 [ivnamjin] 쪽지 캡슐

1998-11-02 ㅣ No.10

며칠 전 어느 새벽 어떤 애가 전화를 걸어와 외롭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가을이 지닌 상징적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살아가며 느끼는 인생의 무게는 모든 것이 변하므로 무상하다는 씁쓸함과, 변화 안에는 더욱더 큰 충만이 있다는 희망 사이에서 흔들리며 흘러간다.

  가을은 동심원처럼 순환하면서 또 하나의 가을로 다가온다. 흘러가는 시간은 사람을 변화 속에 몰아간다. 무언가에 몰입하여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시간은 돌고 돌아 어느덧 그 사람을 늙어가게 만든다. 시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인간을 죽음에의 근접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다. 여기에 덧없음과 외로움, 허무함과 쓸쓸함이 묵중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인간에 특유한 시간은 그것이 어떤 방향을 향해 정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신념하는 어떤 가치를 향하여 긍지를 가지고 정향하여 나아갈 때, 시간은 그냥 무가치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침투하여 가치에 의해 조절되는 소중한 시간들이 된다.

  지금 나의 가을이 어떤 가을인지를 자문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나는 또 하나의 가을을 맞이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는가? 나의 가을은 덧없음 속에 외로이 흘러가는가, 아니면 어떤 소중한 가치로 빛나는 전혀 새로운 가을인가? 바로 그에 대한 대답이 지금 있는 바 그대로의 나 자신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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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입니다.

 

글쓴이는 '송명수 요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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