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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MBC, 佛방송 보고 공정성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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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24 ㅣ No.6578

 


[특파원 칼럼] MBC, 佛방송 보고 공정성 배우라

 

 

   프랑스에서 방송을 감독하는 기구인 최고시청각위원회(CSA)는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CSA는 공·민영을 불문하고 방송이 편집 규칙을 준수하도록 감독하며 규칙을 위반할 경우 제재할 권리를 갖고 있다. 또 공영방송의 사장도 임명한다. 우리나라의 방송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CSA는 정치인의 발언과 관련해 ‘3등분 규칙’을 적용해왔다. 정부(총리와 장관), 의회 다수파, 의회 소수파가 방송에 등장해 발언하는 시간을 똑같이 3분의 1씩 배분한다는 규칙이다. 그런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뻔질나게 방송에 등장하면서 이 3등분 규칙이 깨져버렸다.


   야당인 사회당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사회당은 CSA에 압력을 가해 방송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CSA 웹사이트에 공지하고 의회에도 알리도록 했다.


   최근 사르코지 대통령은 마침내 야당의 반발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이 방송에서 발언을 할 때마다 야당에도 그에 상응하는 시간만큼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발언도 당파를 떠나 본래의 직무와 관련된 발언은 별도로 분류해야 한다. 또 2006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 것이지만 프랑수아 바이루 같은 중도파 정치인의 발언은 의회 다수파에 포함시켜야 할지, 의회 소수파에 포함시켜야 할지 구별하기가 까다롭다.


   CSA의 고민은 ‘누가 방송에서 발언할 기회를 많이 얻는지가 현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 신문의 경우는 방송과 달리 뚜렷한 정파성을 나타내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지난주 이라크 철군 주장을 담은 버락 오바마의 기고를 실었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반박하는 존 매케인의 기고를 지면에 싣기 거부했다.


   NYT는 “오바마의 글은 (그가 연설하기 전이었으므로) 그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새로운 정보가 담겨 의미가 있었지만 매케인의 글은 기존의 주장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NYT는 민주당을 지지해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오바마 지지 성향을 보여 왔다. 물론 NYT도 매케인의 기고가 뉴스로서 가치가 있었다면 게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처럼 기계적으로 공정을 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프랑스의 신문도 정파성을 띠고 있다. 르피가로는 우파 신문이고, 르몽드는 좌파 신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정파성을 따져 신문을 택한다. 그러나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점유하는 방송에서는 우파적이냐 좌파적이냐를 따질 만한 보도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발언하면 그에 대한 야당의 반응을 꼭 전한다. 보도 가치가 없는 상투적인 발언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헌법도 방송 통신에 대해서는 시설기준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는 등 신문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은 공정성 이전에 정확성의 문제가 있었다. 보도 자체가 오역투성이였다. 그러나 공정성이란 측면에서도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가령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사무국(OIE) 장뤼크 앙고 사무차장을 1시간 인터뷰하고도 10초간 방영했다. 방송이 공정했다면 세계무역기구(WTO)가 광우병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구로 인정하는 기관의 책임자가 한 말을 시청자에게 충분히 들려줬어야 한다.


   세계 어디서든 공영이냐 민영이냐를 떠나 그것이 방송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이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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