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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근 [bosco99] 쪽지 캡슐

2000-05-28 ㅣ No.768

공수특전대의 살상만행(19일)

 

 

 

평소 '월요병'에 괴로움을 받아 아침 늦게까지 자는 나는 이 날은 일찍이 잠을 깨었다. 이상하게 술렁이는 느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오후 2시에 북동성당에서 농민회의 기도회가 있는 날이다.

 

 

 

오후 1시 30분경, 공용터미날 앞에 있는 북동성당에 가기 위해서 택시를 잡았다. 거리가 이상하고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 있었다. 이미 어제 낮(11시 경)에 공수 특전대가 시내에 투입되어 가공할 살상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철퇴로 머리를 갈기고 시뻘건 피를 흘리고 쓰러져 넘어진 사람을 군화로 차고 짓이겼다는 것이다. 여학생, 남학생의 차별없이 옷을 벗기고 구타하고 발로 차고 총검으로 마구 찔렀다는 것이다. 담을 넘어서 민가에 도망가는 젊은이를 쫓아거서 그러한 만행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무조건 젊은 사람들을 작살내어 짐승처럼 끌어갔다는 것이다.

 

 

 

 

 

아! 이것이 대한민국 군대인가 (19일 계속)

 

 

 

아! 이것이 대한의 자랑, 국군인가? 내 귀를 의심했다. 오후 4시경 가톨릭센터로부터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올랐다. 분노한 시민이 차에 불을 붙힌 것이라 했다.

 

 

 

나는 동료 신부 3인, 그리고 농민회 회장과 함께 센터를 향하여 소방서쪽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사람이 소방서 앞 네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우리들이 거기에 이르렀을 때 시민들은 욕설하며 서서히 도망치기 시작했고 장갑차를 선두로 착검한 공수부대가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 이것이 대한민국 군인인가? 도로에 면한 양측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지휘관의 명령으로 5-6명의 공수부대 병사가 살기찬 표정으로 나의 앞뒤로 달려온다. 초긴장한 우리 일행의 앞뒤로 달려온 공수부대원은 태권도식으로 굳게 내려진 빌딩의 샷터를 발로 차고 총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 대한 국군인가! 순간 나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M16 소총이라도 내 손에 있었더라면 모두 죽이고 싶은 끔찍한 생각이 스쳐 갔다.

 

 

 

국민의 피땀어린 방위세로 무장한 군대, 외적의 침략을 막으라고 주어진 총검을 이 나라의 주인인 시민에게 돌리다니...... 이런 군대는 필요치 않다.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 군대는 없어져야 한다. 누가 이 군인을 미치게 했는가. 국민을 살상하라고 명령한 원흉은 누구인가?

 

 

 

한시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보기에도 지겹다. 백주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려드는 군의 트럭이 괴물처럼 느껴진다. 큰 거리에는 각목과 크고 작은 돌이 산재해 있었으며, 상점의 샷터는 거의 파괴되어 있었다.

 

 

 

가톨릭센터가 가까워지면서 상황은 더한층 처참했다. 한마디로 박살나 있었다. 주차장에는 찌들고 작살난 차들이 있고 지면은 유리 파편과 돌 기타 온갖 가지 물체로 뒤덮여 있었다. 망연실색한 센터 직원 2-3명이 유리 파편을 치우고 있었으며 센터 책임자인 박 신부는 직원들을 진정시키려고 분망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목표는 센터 7층에 있던 3명의 군인이었다고 한다. 센터 앞의 금남로 도로에서 군인들이 범한 만행을 목격한 시민들이 CBS 방속국이 있는 7층에 군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몰려들어 구타하고 총까지 뺐었으나 공수 부대가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총을 돌려주고 석방했다고 한다. 덕분에 센터만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철판처럼 캄캄하고 무겁고 괴로운 공포의 밤을 맞이 했다.

 

 

 

(내일 이어집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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