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떠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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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12-07 ㅣ No.373

겨울이라서 떠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여기에 원성 스님의 '떠나보자'라는 글을 옮겨 놓습니다.

지금 저도 떠나고 싶은데.  겨울이라서 아니라 서로 믿지 못하는 곳에서 떠나고 싶어요.

 

"떠나 보자

외기러기 떠나가듯 떠나 보자

사랑의 향기 짙은 곳으로

어디엔가 눈 맑고 고운 소녀가 물을 건네 준다면

나는 소중한 염주를 쥐여 줘야지

바람이 등을 밀어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늙은 소나무 드넓은 가슴으로 나를 드리워 주겠지

떠난다는 것.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

회색빛 하늘이 굳은 의식을 무너뜨리고

차가운 공기가 내 안을 청명하게 하면

그것은 이미 퇴화된 심연 깊은 곳의 감성을 되살리는

생명수와도 같은 것

혼자라는 서글픔이 함께할지라도

고독이란 놈도 때론 훌륭한 도반이 되지

빈 방 한 견 좌복 위에서

작은 봇짐을 매어 본다.

그토록 마음 속에서 고대하던 오늘.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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