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잘 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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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나 [sanghoo] 쪽지 캡슐

2002-11-09 ㅣ No.3563

 

 

 

 어느농촌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공기좋고, 인심좋고….. 노부부는 동네사람들에게 서울사는 아들내외자랑,

 

공주같이 예쁜 손녀자랑 하면서 아주 아주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하나밖에 없는아들을 일찍이 서울로 유학보내고, 두부부는 고생고생하여가며

 

학비를 조달하여 대학졸업시키고……….

 

지금은 재벌회사 과장까지 승진하여 강남아파트에서 명문대학나온 우아한 아내와

 

잘살고있는 아들은 정말이지 이부부에겐 크나큰 자랑이었더래요

 

 

 아들은 여간 효자가 아니어서 추석이나 설이나 거의 빠지지 않고 제식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명절을 보내고 올라가곤 했더랬지요.

 

우아한며느리와 공주 같은 손녀딸을 볼때마다 노부부는 동네사람들에게 늘

 

으쓰대는 기분을 느끼곤 하였지요.

 

 

 아들내외는 고향에 내려 올때마다  아버님, 어머님 시골에서 일케 고생마시고

 

저희와 함께 서울로 가셔서 사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하고 말했더래요.그럴때마다.

 

 아니다. 우리 같은 늙은이가 얼매나 더 살겠다고…

 

서울이 다 무에야. 걍일케 살다가 고향에 묻힐란다하고 사양했더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부부는 언젠가는 서울강남아파트에서

 

아들덕택에 호사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했더래요.

 

 

 그러다가 노부부중 아내가 먼저 죽게 되었습니다.

 

상을 치르는 내내 아들내외가 어찌나 애통하게 엉엉우는지 동네사람들도 모두

 

가슴이 찡하였답니다.

 

초상을 다치르고 나자 아들내외는 또다시 간곡하게 청하였더랍니다.

 

 아버님, 이제 어머님도 가시었으니 어쩌시렵니까?

 

고향집 정리하시고 서울로 올라가시어 저희와 함께 사시도록 하시지요….

 

잘 모시겠습니다.

 

 

 아내도 떠나간 이제…그도 그럴것이다 싶어 노인은 몇날을 생각다가

 

결심을 하였답니다.

 

꽤되는 논밭떼기와 야산등…가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갔더랍니다.

 

가산정리한 돈은 아들내외에게 주어 32평아파트를  42평 아파트로 개비하고…

 

노인의 서울생활은 첨엔 그런데로 평안하였다나요…

 

 

 그즘…아들은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할때도 되었고, 회사일이 워낙바쁘

 

기도 하였으므로 매일매일 새벽에 출근하였다가 밤12시가 넘어서야 퇴근

 

하는 일과가 몇 달이고 계속되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이

 

썰렁하니 비어 있더래요. 다들 어디 갔나? 하던차에 식탁위에 있는 아내의

 

메모를 보았더래요. 메모에..

 

 - 여보 우린 모처럼 외식하러 나가요…식사 않하고 퇴근하였다면 전기밥솟

 

에 밥있고 냉장고 뒤져 반찬찾아 드세요…좀 늦을지도 몰라요

 

 

 남편은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속을 뒤져 맥주를 찾아서 마시고  있자니…

 

현관쪽이 시끌해지며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오는 기척을 느꼈습니다.

 

아, 그런데 들어오는걸 보니 아내와 딸 둘만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 왜 둘만이지?

 

 - 둘만이라니? 요기 밍키도 있잖아?

 

아내는 강아지를 남편의 눈앞에 들어보이며 활작 웃었습니다.

 

 - 아니, 아버님은?

 

 - 오잉? 아버님 집에 안계셔? 어디 노인정이라도 가서 놀구계신가?

 

 - 아버님이 매일 이렇게 늦게 들어오시나?

 

 남편이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 웅, 으응…

 

 아내는 더듬거렸습니다. 사실 아내는 평소에 노인이 몇시에 나가서

 

몇시에 들어오는지 도통 생각이 안납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노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노인이 들어오실때까지 자지않고 기다리기로 작정하고  서재의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아내는 벌써 잠들었나 봅니다.

 

그때 남편은 책상한켠에 정성들여 접혀진 쪽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

 

무슨한이라도 맺힌듯이 종이가 찢어지도록 꾹,꾹 눌어쓴

 

글씨…아버지의 필적이 틀림없대래요…쓰였으되…..

 

 - 잘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

 

.

자정도 넘어 밤은 깊어만 갑니다. 노인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남편은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에 잠깁니다.

 

잘있거라3번아 6번은 간다….이것이 무슨뜻일까??? 이시간까지

 

아버님이 귀가 안하신걸 보면 가출하신 것이 틀림 없는 것  같긴

 

한데…왜,왜,왜…???

 

 

남편은 아버님의 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평소에 햇볕이 잘드는 방이 아니어서 그런지 자정넘은 오밤중이긴 하지만

 

왠지 우중충하다는 느낌이 드는 방이었습니다. 이쪽벽에서 저쪽벽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습니다. 빨랫줄에는 팬티 두장과 런닝셔츠두벌이 걸려있었습니다.

 

아마, 아버님것이겠지요…방한켠에는 어린딸의 옷장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어린딸이 이제그만 지겨워한다고 옷장을 더 예쁜것으로 바꿔주고 나서 아마

 

이 헌옷장을 아버님 몫으로 돌린 모양입니다.

 

 

옷장위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참으로 착하디착한 얼굴입니다. 상 치를때 영정으로 사용하던 사진입니다.

 

방구석에 소반이 있었습니다. 소반위에는 멸치볶음,쇠고기 장조림, 신김치등이

 

들어있는 뚜껑있는 보시기가 몇 개 있었고 마시다가 반병정도 비어있는

 

소주병이 있었습니다.

 

 

아,아, 아버님…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녀딸도 있는데…아버님은

 

그동안 이골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시고 계셨던가요?

 

아,아, 아버님…며느리도 있고 세탁기도 있는데…아버님은 팬티와 런닝을

 

손수빨고 이방에서 손수 말리고 계셨던가요…..?

 

남편은 무언가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고싶은 자괴감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날이 부옇게 밝아오자 남편은 아파트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혹시나 노인이

 

어디선가 밤을 지새운 흔적이 있는가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파출소에

 

가서는 노인의 가출을 신고 하였습니다. 고향이장어른에게도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그러나 아버님의 종적은 찾을길이 없었습니다.

 

 

잘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이 암호를 우선 풀어야 아버님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마음에 아들은 조바심을 쳤습니다.  직장동료,상사…대학동창등….

 

현명하다는 사람은 다찾아 이암호를 풀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아무도

 

그 암호를 푸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몇날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들은 이제 부장진급이고 머고 …아무생각없고…

 

오로지 아버님 생각만 하였습니다. 어느날 저녁…술한잔에 애잔한 마음을

 

달래고 퇴근하는 길이엇습니다.

 

 

 - 자네 김아무개영감 자제가 아니던가?

 

아파트입구에서 어떤 영감님이 남편을 불러 세웠습니다.

 

 - 아, 예…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 웅, 난 김영감 친굴세…군데 요즘 왜 김영감이 안뵈네….

 

글구 자넨 왜그리 안색이 안존가?

 

그래서 남편은 약간 창피하긴 했지만 아버님이 가출한 얘기를 간단히 들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감님에게 이제는 유서가 되다시피한 그 암호문을 내밀며

 

이게 도대체 무슨뜻인가 물어 보았습니다.

 

영감님은 그 쪽지를 한동안 보더니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 흐으, 자네 이것이 무슨뜻인지 몰겠다구라?

 

이사람아, 김영감이 늘 얘기하곤 했지….

 

우리집에서는 며느리가 젤 위고 두번째는 손녀딸이고 3번이 아들이라고 했지…

 

4번은 강아지 밍키고…5번은 가정부라 했네….그리고 김영감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6번이라 하고는 한숨짖곤 하였지…..

 

글케 쉬운것도 자네는 풀지 못하나? 에잉…

 

 

아흐흐흐흑…남편은 그만 눈물을 주루루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 아버님 죄송합니다….어찌 아버님이 6번입니까….1번아니 0번이지요…

 

돌아서는 아들의 등뒤로 영감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 고향엔 면목없고 창피해서 아니가셨을 거여….

 

집근처에도 없슬거고…

 

내일부터 서울역 지하철부터 찾아보자구… 내 함께 가줌세…

 

 

 

...아버지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몇번입니까?

 

...아버님을 모시고 있는 아버지여러분...

 

...당신은 몇번이며 당신의 아버님은  몇번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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