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양슬지(로살리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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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4-03 ㅣ No.2261

네가 우리들 곁을 떠나 가던 날

하늘도 슬퍼했음인지 잔뜩 찌푸린 날씨에

간간이 가랑비가 내렸지.

 

네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우리 중계동 공동체의 식구들이

너를 위하여 밤을 새우고, 기도하며

다시 소생하기를 얼마나 원했는데

무엇이 바빠서 그리도 매정하게

빨리 가버렸니?

 

너는 이 아저씨를 잘 모를거야.

그런데 너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보니까

아저씨와 바로 옆동에 살았더구나.

평소에 많은 관심 기울이지 못하여

정말 미안하구나.

 

일요일에는 성서 쓰기노트 심사가 있었는데

우연히 너의 가족 노트를 보게 되었지

아빠, 엄마, 오빠 그리고 네가 서로 돌아가면서

써 놓은 것을 보았는데, 너의 큼지막하고

또박또박 쓴 글씨를 보면서 아저씨는 한없이

안타까웠단다.

 

이제 겨우 마르코 복음을 끝냈는데

하느님은 무엇이 그리도 바쁘셨는지

너를 데리고 가버리셨으니......

 

하느님의 뜻을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우리들이기에

이 사순절에 죄 많은 어른들을 대신하여

보속을 하고 있는 너의 유치원 사진을 보며

연도를 했는데 목소리도 떨리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무척 힘이 들었단다.

 

너의 친구들도 많이 왔었는데

모두들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네가 친구들 곁을 빨리 떠나갔음에

슬퍼했음을 너도 알고 있겠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어버이의

가슴 아픈 심정을 너는 어려서 잘 몰랐을거야.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에게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꿈속에서나마 전해주지 않을래?

 

남아있는 우리들은 또 다시 남은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생활인으로 돌아가지만 우리 중계동 공동체의 식구들이

너를 통하여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이 아저씨가 너무 사치스런 생각일까?

 

오늘 아침 먼 길을 출근하면서

너를 생각했지.

아저씨는 늘 승용차 안에 연도테이프를

가지고 다니는데 너를 위하여 테이프를 틀었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 가신 예수님처럼/

너는 죄 많은 어른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보속의 길을 떠났다고 생각하면서 연도를 했단다.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는 여기에 남은 우리가 잘 보살피고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묵상해 보며 살아가려고하니

아무런 걱정 말고 주님궁에서 잘 지내고 있어!

 

여기에 남은 우리 모두와 만나는 그 날까지....

알았지?

 

 

2001 . 4 . 3

 

비오 아저씨가 하늘나라의 로살리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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