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예수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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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옥 [honeyo] 쪽지 캡슐

1999-12-23 ㅣ No.943

드디어,

아니 이제 겨우 마쳤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쪽씩 쓰기 시작한 성서를

어제 밤에야 <신약성서>를 마쳤습니다.

 

2000년을 위해 새로 오시는 예수님을 위해

이번 생일 선물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마무리를 했습니다....

 

지난 사순시기 때,

성당에서 <요한복음> 성서쓰기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매일 하루에 한 쪽씩 쓰면 된다고...

그때 쓰면서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매일 쓸 쑤 있으면 좋겠구나... 하구요.

그래서 시작한 김에

성서를 매일 한쪽씩 쓰기로 작정했지요.

 

처음에는 열심히 썼습니다.

설악산에 여행을 가도, 시댁엘 가도

노트와 작은 성서를 들고 가서

그 와중에도 꼭 쓰고 잤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금 아프다고 못 쓰고,

마음이 편칠 않다고 안 쓰고...

회사 다닌다고 피곤하다고 안 쓰고...

 

그러다,

이것이 다 유혹이고

여기에서 포기하면 지는거다 싶더군요.

간혹 쓸데없이 노트낭비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성서를 매일 쓰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쓸 수 있을 만큼의

건강과 평온함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쓰다가 졸아서

글씨가 아랍 글자처럼 된 것도 많고,

얼른 쓰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글씨가 날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를 쓰면서도 생각은

성서 밖 저 멀리로 마구 돌아다니기만 했습니다.

성서를 쓰는 그 순간에도

가족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정말이지

이건 성서쓰기가 아니라,

국민학교 때 글씨공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손으로 글씨쓰기가 아니라

마음으로 성서쓰기를 하게 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제 2000년부터는 구약성서를 쓰게 됩니다.

앞으로 약 6년 쯤 걸리겠지요...

 

언제쯤이면 마음으로 쓰게 될지.....

아니, 구약성서를 다 쓸 때까지도

나는 눈으로 건성 읽고,

손으로 대필하는 것으로 그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끝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만큼 살아 있다는 것이고,

건강하다는 것이고,

편안하다는 것일 테니까요..

 

성서를 쓰는 이 순간에도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예수님, 너무 엉성하고 부실해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받아주세요...

 예수님,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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