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종교는 써비스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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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1-12-17 ㅣ No.1757

정부의 취업자 통계에는 신부님 수녀님도 모두 취업자로 잡힌다. 그리고 성당에는 사무실 직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수를 받고 근무를 하고있다. 이사람들은 산업분류상 어느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될까?

자연상태의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 수산업 같은 일차산업은 당연히 아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공업생산품을 생산하는 2차산업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않는 무형의 재화를 생산하는 3차산업에 속한다. 3차산업을 다른 말로 써비스산업이라고 한다.

 

써비스산업은 생산품이 소비자의 욕구를 시간을 두고 맞춰 나갈 수 밖에 없는 1,2차산업에 비하여 무형의 써비스를 가지고 경쟁해야하므로 소비자의 욕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소비자는 왕이라는 얘기도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산업이다. 써비스의 질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에 피를 말리는 경쟁이 치열한 곳이 써비스 산업의 특징이다.

 

과거 중세시대유럽에서는 카톨릭이 절대 권력의 보호를 받는 독점종교였기에 소비자인 신자들의 욕구는 관심 밖이었다. 오로지 교회의 편의에 따른 써비스에 무조건 따라와야만 하였다. 섣불리 불만을 얘기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왔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사정은 바뀌었다. 여기 세검정만 하더라도 수십개의 개신교회와 절이 있고 심지어 굿당까지 있다. 그리고 무종교로 남을 자유도 있고. 각 종교단체마다 필사적으로 고객을 늘릴려고 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고객감동이라는 얘기도 있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라는 말도 있다. 한마디로 고객의 마음을 읽고 고객의 입맛에 맞는 써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고객의 욕구를 읽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현재의 유럽교회이다. 커다란 교회건물에 미사참여자 수가 수십명도 채되지 않는다. 텅 빈 교회건물이 팔려나가 아파트도 되고 나이트클럽도 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교회건물도 유지할 수가 없다.

 

요즘 우리본당에서 미사참여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성당 신축 직후에는 주일대미사에 신자들이 일층 의자에 촘촘하게 앉고 이층까지 꽉찼는데 지금은 듬성듬성 앉아있다. 성탄과 부활 대축일 미사 때면 삼층 꼭대기까지 자리가 모자라던 것이 지금은 이층까지 겨우 찬다. 성당 신축 하자마자 좌석이 너무 부족하다고 계속 신자 수가 늘어나면 큰일 이라고 하면서 처음 지을 때 좌석 수를 넉넉하게 지었어야 했는데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금은 그런 소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문제는 이렇게 미사 참여자 수가 줄어들어도 걱정하는 얘기도 별로 안나오고 왜 그런지 원인 조사를 한다는 말도 없다. 그리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냉담자 수가 늘고 미사참여자 수가 주는 것이 마치 충성도가 높은 고정고객들의 잘못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충성도(loyalty)가 높은 고객이란 마케팅에서 어떤 기업의 제품에 대하여 거의 무조건적인 애호를 하는 고객들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가전제품이라면 무조건 LG제품만을 쓴다는 식이다. 이런 고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회사의 제품이 다른 회사의 제품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질이 떨어져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또 다른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사람들로써 기업에서 보자면 어려울 때에도 기본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만일에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들고 매출이 떨어진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 하는 것이다. 그걸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원망하면 그 기업은 어떻게 될까?

성당에 열심히 나오고 본당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충성도 높은 신자들이 냉담자가 늘어나는 것에 왜 책임을 져야하고 원망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그렇게 충성도 높은 신자들도 자꾸 안좋은 소리를 듣고 귀찮게 하면 결국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교회에 오는 사람들은 치열한 사회의 경쟁에서 지친 나머지 좀 쉬고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고 교회에 나오는데 오히려 더 피곤하게 한다면 계속 나오고 싶겠는가?

 

그럼 우리 본당의 경영진은 누구이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누구인가?

교회에서 가장 충성도가 높은 고객집단은 레지오마리애단원들이다. 바꿔 말하지면 교회에서 보자면 가장 소중한 고객이 레지오마리애단원들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우리 본당에서 레지오마리애단원들은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몇년 전에 교회는 고객들이 떨어져 나갈 것을 우려하여 대책이라고 소공동체운동이라는 새 상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상품이 당초의 기대와는 어긋나게 고객들의 반응이 별로이고 활발한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교회는 이 상품을 살리려고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였다. 그 방법들 중 하나는 이 상품의 매출에 전념하기 위하여 다른 잘 팔리는 상품의 출하를 제한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책은 잘못하면 신상품의 판매는 늘어나지 않으면서 기존 상품의 매출만 줄이는 가장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새로 내놓은 상품의 매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난 다음에 개선책을 마련하여 좀더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내놓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고객들이 왜 만족을 못하는지 분석은 하지 않고 다른 상품의 매출을 줄이면 이 상품의 매출이 늘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듯하다. 이것이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고 소경 제닭 잡아먹기에 다름 아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우선 경영진부터 바뀌어야한다. 고객을 대하는 자세부터 다시 교육을 하고 진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어떻게하면 고객을 감동 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면 된다.

 

교회는 써비스산업이다.

고객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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