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짧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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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면 어떤 대답을 듣게될까 하는 걱정을 했던 적이 많았었습니다. 학창시절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해 밤을 지새웠던 것은 어쩌면 이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기쁜 마음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것은 상대편이 인사를 받아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은 저 사람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일 때도 있습니다.
’사랑’ 그리고 ’두려움’, 이 두 단어는 우리 마음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다고도 하더군요.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것은 어쩌면 마음 속에 있는 그 두려움 위로 일어서서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랑으로 온전히 채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돕고 싶어도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듯 도움을 주지 못했었을 수도 있었구요. 늙은 부모를 가슴가득 안아 드리고 싶어도,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계면쩍음 뒤에도 두려움이 있는 것이겠죠. 친구와 말싸움을 한 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도 상대편은 미안하다는 생각을 안하면 어쩌나 하는 계산도 두려움이 조정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 마음속 한켠에 또아리 틀고 있는 이 두려움이라는 놈은 내가 인사를 하면서도 남에게 인사를 받아줄 것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이 "작용과 반작용"의 물리 법칙을 벗어나 하느님께서 제안하신 훨씬 더 고차원적인 법칙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