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2동성당 게시판

차려놓은 밥상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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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 [corea1003] 쪽지 캡슐

2001-10-04 ㅣ No.1517

차려 놓은 밥상은 싫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먹고 싶다.

< 내가 집 지키는 사람으로 전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항상 식구들이 다 나가고 따로 차려 놓은 밥상은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

내가 점심을 먹고 싶을 때 밥상포를 열어 먹기만 하면 된다.

시원한 에어컨도 없는 집이라 냉장고 속에 있어야 할 반찬이 반나절 더운 방 공기로 상하는 게 태반이다.

그래서 나는 찬물로 밥을 말아 반찬없이 물과 밥으로 2001년 여름날 점심을 먹는다. >

어느 재가 장애인의 여름 하루의 푸념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중증 재가 장애인의 현실이면서 보편적 수준보다도 높은 예 일 것이다.

더워서 샤워를 하고 싶어도 저녁에 식구들이 돌아온 후에나 가능한 일이고 선풍기 시야를 벗어나 움직이기 힘든 몸을 움직이면 곧바로 땀으로 이어진다.

< 식구들 중에 나를 위해 하루 종일 내 곁에서 하나 하나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 줄 사람이 몇 있겠는가? >

이런 와중에 사회 참여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도 온 종일 자원봉사 해 줄 사람 정말 스스로 인간관계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나간다는 자체가 호사이다.

장애인 정책과 복지의 중요성은 물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정책을 만드는 데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킨다.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장애인 정책이 비장애인의 시각일뿐 장애인의 실정과 시각으로 짜여진 것은 거의 없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외출은 곧 우리나라 장애인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복합적인 장애로 인해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 도시의 모든 편의시설이 뇌성마비인들에게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는 것이다.

장애인 전용이라는 말은 장애인을 따로 격리시키는 문제를 야기 시킨다.

이번에 통과된 제도인 대도시 장애인 전용 리프트 장착 순환버스는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또다시 차별의 시각을 제공한다고 본다.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만이 이용하는 버스가 아니라 모두가 다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어야 한다.

비단 이것이 우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정부가 적절한 조치 없이 우리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정말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때이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요구사항이 힘으로 막아서 될 일이라면 더 할 말이 없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요구 할 것이 아니던가?

이제 자식으로 인해 숨을 죽일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들을 외치며 요구하고 당당해야 할 것이다

국가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마땅히 이 약자들의 삶의 형평성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계절엔 장애인인 우리에게 많은 일거리를 가져다 준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우리에게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것들인가?

 

 

   --- 한국 뇌성마비 연합 바롬의 바롬리빙에서

http://www.barr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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