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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요청 張측근, 核·金 비자금 ‘명줄’ 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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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12 ㅣ No.10082

 

北 무기·자금 전반 꿰뚫는 제2·제3 경제위 업무 담당

 

 

중국으로 탈출해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인사가 북한체제의 ‘명줄’을 담당해온 핵심 인물인 것으로 11일 전해짐에 따라 망명 인사의 신변 및 처리문제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 측근 인사가 북한 인민군 상장(한국 중장에 해당) 계급을 달고 북한의 무기 생산 및 거래, 지도부의 비자금 관리를 각각 담당하는 제2·제3경제위원회 업무를 담당했다는 분석은 예사롭지 않은 후폭풍을 예고한다. 핵·미사일 개발 관련 정보뿐 아니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내역 등의 핵심 정보는 북한의 과거·현재·미래를 파악하고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부 당국이 “알 수 없다” “아닌 것 같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한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과 시리아·이란·쿠바 등 간에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거래 의혹이 제기돼온 터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다. 관련국 모두 이 인사의 신병확보 및 자국으로의 망명을 성사시키기 위해 명운을 걸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긴박한 분위기 속에 정부도 10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2시간여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여러 가지 내부 동향과 정세에 대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인사가 업무를 담당한 제2경제위원회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직속기구이자 최고의 권력기구인 국방위 소속으로 무기개발 및 무기거래 등을 담당해왔다. 상장 계급인 이 인사가 갖고 있을 군사정보의 파괴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가된다. 일각에서 이 측근 인사가 이미 북한의 핵개발 관련 핵심 문서를 들고 중국으로 탈출, 망명을 위한 거래를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인사는 처음에는 한국 망명을 희망했다가 중국 공안당국의 거부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미국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가 조 바이든 미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시간 회동과 관련해 내린 해석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두 지도자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깊이 얘기했다는 점은 심상치 않다”며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 주석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인사의 신병처리 문제가 6개월, 1년여에 걸쳐 장기사태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인사가 비자금 관리를 관장하는 제3경제위원회 일도 겸직했다는 주장은 두루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예민한 문제를 다룰 권한이 주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인사가 김정일·김정은 체제에 걸쳐 비자금 장부의 일부를 관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장성택 측근으로 지난 11월 공개 처형된 리룡하와 장수길도 3경제위에 관여한 인물들이다. 이 측근 인사의 구체적인 면면과 활동 내역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 인사의 구체적인 신분이나 신변문제 등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얘기할 수 없다”며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김상협·방승배 기자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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