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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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2-02 ㅣ No.5667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24/02/17

 

지난 ’231028일 로마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며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라는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1회기 종합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오늘은 그중 제1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얼굴 편에서 네 번째 주제인 가난한 이들, 교회 여정의 주역들이란 항목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첫 번째, 가난한 이들은 교회에 사랑을 간구한다. 사랑은 존중과 환대와 인정을 뜻한다. 사랑이 없다면 음식과 돈, 또는 사회적 돌봄의 제공이 물론 중요한 도움의 형태를 나타내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온전한 사명을 실현하지는 못한다. 존중과 인정은 개인의 능력을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들로 모든 사람이 다른 이들의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위한 여정의 주체가 되게 한다

 

두 번째,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그리스도론적 신앙에 내포되어 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겸손한 분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셨고 가난한 이들과 같이 걸으셨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가난의 원인을 비난하셨다.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선택은 문화적, 사회학적, 정치적, 철학적 범주이기 이전에 신학적 범주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따르면,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를 가장 먼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베푸셨다. 하느님의 이 우선적 선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필리 2,5)을 기르도록 부름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한 가지 형태의 가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많은 이들의 얼굴 가운데 품위 있는 삶을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을 갖지 못한 이들의 얼굴도 있다. 그리고 이주민과 난민, 원주민, 아프리카계와 그 후손들, 특히 여성들을 비롯하여 폭력과 남용의 희생자들, 중독자들, 조직적으로 발언권을 박탈당한 소수자들, 버려진 노인들, 인종차별과 착취, 학대의 희생자들, 특히 미성년자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도 있다. 취약한 이들 가운데에서도 지속적 지지가 필요한 가장 취약한 이들은 어머니의 태중에 있는 태아들과 그 어머니들이다. 총회는 여러 대륙의 많은 나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전쟁과 테러로 생겨난 새로운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인식하며 그 원인이 되는 정치, 경제 체제를 단죄한다

 

네 번째, 이 세상에는 물질적 가난의 다양한 형태들과 더불어 삶의 의미가 부족한 영적 가난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염려는 다른 이들을 하나의 위협으로 보고 개인주의 안에 자신을 가두어 버릴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영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합심할 때 서로의 필요에 대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함께 걸어가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의 복음적 참된 행복의 더욱 충만한 의미를 드러낼 것이다

 

다섯 번째, 가난한 이들 곁에 있다는 것은 또한 그들과 함께 공동의 집을 돌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땅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은 같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노드 총회 작업 개막과 동시에 발표한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에서 강조한 것처럼, 대응의 부족은 생태적 위기를 불러오고 특히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 변화에 더 많이 노출된 나라의 교회들은 방향 전환의 시급성을 더욱 생생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의 다른 교회들의 여정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보여준다

 

여섯 번째, 교회는 가난과 배척의 원인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는 가난하고 배척당한 이들의 권리를 돌보는 행동이 포함되며, 개인과 정부, 기업 또는 사회 구조에 의하여 저질러진 불의에 대한 공개적 비난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의 요구와 관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말을 사용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사회 교리에서 영감을 얻고 시민 사회 단체, 노동조합, 대중 운동, 민중 연합, 정치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하면서 공동선을 건설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 교회는 그들의 활동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들의 활동은 복음 선포라는 교회의 사명에 속하며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하여 협력하는 일이다.

 

여덟 번째,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얼굴과 몸을 만난다. 그리스도께서는 부유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다(2코린 8,9 참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의 이웃이 되는 것뿐 아니라 그들에게서 배우도록 부름받았다. 시노드를 개최한다는 것이 길이신 그분과 함께 걷는 것을 의미한다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교회 생활의 모든 측면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교회는 그들의 고통을 통하여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알게 된다(복음의 기쁨[Evangellii gaudium], 198항 참조). 가난한 이들의 삶이 주님의 삶과 닮았기 때문에 그들은 선물로 받은 구원의 선포자가 되고 복음의 기쁨의 증거자가 된다.

 

전문: https://www.cbck.or.kr/Notice/20230653?gb=K120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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