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가지마)행복해(떠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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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12-09 ㅣ No.1930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움직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저역시도 그래서 마음이 자꾸만 산만해집니다. 뭔가 한가지에 집중을 못하고 괜히 마음이 부산하다고나 할까요. 슬픈노래가 듣고 싶어지는 그런 오후입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요즘 제 삶이 계속 그러했던것 같습니다.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시험에 임하는 학생같은 처지.

 

마에스타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 성모님이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시고,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흠숭하는 듯한 표정으로 옥좌에 앉으신 두분을 쳐다보는 그림이지요. 많은 작가가 그런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제목은 같은 마에스타입니다. 마에스타는 원래 폐하라는 뜻인데 그 의미가 그림에서는 바뀌어져서 그런 종류의 그림을 모두 마에스타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아마도 요즘 대림이 그런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그저 바라보는, 관상하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같습니다. 우리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기. 그렇게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

 

G.O.D의 노래중에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자기 여자를 떠나가게 하는 남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노래지요. 사실은 자신도 그 여자를 사랑하면서 이제 다른 여자가 생겼으니 떠나라고 거짓말하는 내용입니다. 고생만 시키는 자신보다 더 좋은 남자를 찾아 가라는 가사이지요. 그러면서 잘가라는 가사다음에 속마음이 담긴 괄호 속의 말이 이어집니다.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라는 식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속마음과 다른 말과 표현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거짓말을 해야 할때 마에스타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저 기다리면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고 더 바라본다면 그렇게 어긋난 거짓말로 자신과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자꾸만 더 분주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분주함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러면서 조금 기다립시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보는 사이에 알지못하는 힘이 우리의 사랑을 바로잡아놓고, 더 힘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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