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8월호_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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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7-19 ㅣ No.16

[진주교도소 상아탑의 모후  쁘레시디움]

 

어머니의 사랑이 감싸주던 지난 5월.
예수님의 성심이 눈부신 햇살로 쏟아지던 6월….
어느 것 하나 하느님의 은총 아닌 것 없음에 진심 어린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이름 모를 들꽃을 바라봅니다.
세상을 채우는 것, 그 무엇 하나도 하느님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배워 가는 곳,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지구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예수님, 그분께서 언제나 함께 하시는 곳, 이곳이 어디겠습니까?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진주시 대곡에 위치한 진주교도소라는 명패를 가진 천국입니다.

세상을 향한 이기심과 욕심,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미처 느끼지 못해 죄를 지은 죄인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곳에도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과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계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 것인가 싶지요? 그러나 믿는 이의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 계신 예수님께선 오늘도 저희들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미소로써 존재하심을 가르쳐 주십니다.
이곳은 1,500명 가량의 마음과 몸이 아픈 형제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무기수라는 시간의 짐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의 교도소에서 모인, 육신과 마음의 병이 깊은 결핵, 정신질환 등의 환자들 보호시설이기도 해서 다른 시설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예수님의 성심과 성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이 더없이 당연함을 이제 조금은 느껴지시나요? 예수님과 성모님은 부자와 권력자의 예수님, 성모님이 아니시고 죄인과 환자의 구원자이시며 중재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온전히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천하무적 군대가 있습니다.
15척 담장을 지키는 파수꾼이냐고요? 아닙니다. 한 손엔 묵주를, 다른 한 손엔 아픈 형제의 모습을 하신 예수님의 손을 잡은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입니다.
이곳에도 두 개의 쁘레시디움이 있는데, 그 이름은 ‘상아탑의 모후 쁘레시디움’과 ‘정결하신 모후 쁘레시디움’입니다. 제가 서기를 맡고 있는 상아탑의 모후 쁘레시디움(단장:고인규·사도요한, 지도신부:이한기·요셉)에는 13명의 정단원이 있습니다.
조직의 특성은 100%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본당의 쁘레시디움은 한 번 쁘레시디움이 정해지면 그곳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활동하게 되지만 이곳에서는 단원의 잦은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왜냐하면 출소하는 단원, 다른 시설로 이송가는 단원 등 여건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인규(사도요한) 단장님의 지휘 아래 저희 쁘레시디움은 성모님의 용맹한 군대로서 예수님의 성심과 성모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지도수녀님이신 정 모니카 수녀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상급평의회 단장님이신 박정규(골롬바노) 형제님의 후원과 수많은 교정사목후원회 형제·자매님들의 후원 안에서 저희들의 열악한 여건에도 100% 이상의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매년 30∼40명의 신영세자를 배출하는 데 큰 몫을 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삶의 의욕을 잃은 주위 형제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여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로운 삶으로의 도전을 이끌어줍니다. 특히 극심한 육신의 고통에 빠진 환자인 형제들의 피고름 묻은 옷을 세탁해 주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지만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며 예수님께서 그러하셨고 성모님께서 보전하신 이웃사랑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한 단원의 활동 사례를 들어봅니다. 이 단원의 구역에는 살인죄를 지어 12년의 형을 선고받아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50대 형제가 있었습니다. 이 형제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로 다짐하고 그 형제의 일을 대신해 주고 매일 붙어 다니며 대화를 나누며 몸이 아플 때 손수 약을 구해주고 돌봐주기를 수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더니 신앙에 귀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형제는 자신의 죄로 인해 이혼의 위기에 있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기에 그 걱정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전 단원이 합심하여 기도로써 힘을 주고, 지도수녀님이신 정 모니카 수녀님께 상담하게 하였습니다. 수녀님께서는 몸소 그 형제의 아내를 만나 닫힌 마음을 열게 하여서 이혼의 위기에서 벗어난 아내와 아들이 함께 면회를 오게 하여 참된 화해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 형제는 훌륭하게 모범적인 삶을 살아, 형기보다 훨씬 일찍 출소하여 현재 경기도 한 도시에서 아내와 함께 과일가게를 꾸려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며 요즘에도 소식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감동의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께선 그 모든 것을 아시기에 표현하는 것의 문제는 전혀 어려울 게 없을 것입니다. 레지오의 ‘표현’은 오직 성모님을 통해서만 완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바깥 세상의 쁘레시디움 만큼 활동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매일 마주하기에 더 애틋한 우리 곁의 예수님을 오늘도 영접하여 길을 떠납니다.
“자, 일어나 가자.”

_최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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