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햇병아리 회장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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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일 [hoillee] 쪽지 캡슐

2002-05-31 ㅣ No.1814

저는 오늘 박 희숙(마리아)자매님의 장례를 마치면서 몇 말씀 올립니다.

마리아 자매님의 시신을 명동성당 연령회에서 주관하는 영안실에 모셨다는 연락을 받고 명동성당 영안실을 처음으로 들어가 본 저는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당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까닭은 영안실에 도착하고 보니 별서 명동성당 연령회원들이 연도를 받치고 있었으며 또한 그곳의 연령회 회원들은 몇 년에 걸쳐서 함께 활동하시고 계신 노병(老兵)들인데 이제 몇 개월 밖에 되지않은 햇병아리 회장인 제가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 하는 남모르는 고민도 하였습니다.

 

더욱 그곳 회장님이 염습(殮襲)과 입관(入棺)은 어떻게 할까요? 하는 물음에 우리본당 김 나운(마리아)자매님에게 물으니 선뜻 "아니요 우리가 해야지요....."할 때 저는 힘을 얻어 명동성당 회장님에게 "박 마리아 자매님은 우리 본당 가족이니 모든 장례절차는 성산2동 본당에서 주관하겠습니다"하고 말은 하면서도 내심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것은 그곳은 명동성당이고 자기 집에서 터주대감(?)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계신 분들을 제치고 과연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함께 보통 우리들의 심성 안에 자리잡고 있는 시기심(猜忌心)이 발동될 것이 아닌가하는 저 나름의 옹졸한 생각도 한몫을 찾이하고 있어서 걱정을 더하였습니다.

때문에 염습과 입관을 하기 전에 간단히 떨리는 인사말로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희들이 진행하는 장례절차에 혹시 부족하고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같은 신앙을 갖고 계신 교형자매님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감싸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또 장례미사를 마치고 묘지로 떠날 때도 우리는 당연히 박 마리아 자매님을 모신 차에 같이 타고 가면서 연도를 바치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였으나 유가족측 누군가의 말이 ’위령회원과 성상2동 교우분들은 다른 버스를 타라’고 하여 타고보니 햇병아리 회장으로도 잘 못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묘지에 도착해서 이 문제도 혹시 앞으로 누군가 지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제가 "우리 위령회 회원들이 박 마리아 자매님과 함께 묘지로 오면서 연도를 바치는 것이 원칙인데, 다른 버스를 타고오면서 연도를 바친 것은 크게 잘 못되었으나 언쟁을 피하는 뜻에서 따랐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결국 유가족 측에서 "참으로 죄송하게 되었다"는 사과인사를 몇 번씩이나 받고 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주님의 보살핌 안에서 이 햇병아리 위령회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시는 것을 모르고 고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 미천한 인간의 모든 것을 돌봐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항상 바쁘신 중에도 형제님들에게 연락하여 주시고 복사를 맡아주신 이 종석(제노)형제님과 윤 순모(베드로)회장님, 문 무현(라우렌시오)형제님에게 게시판을 빌어서 깊이 머리 숙여서 감사를 드립니다.

 

’박 희숙 마리아 자매님과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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