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1일(목) - 2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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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02 ㅣ No.113

10:00 - 금속연맹 노조위원장이 왔다.

      어제의 대통령 면담 결과에 따라 푸른교실과 관련되 수배령이 떨어진 일용직

      근로자 7명과 금속연맹 노조원들 중 수배령이 내린 7명, 민노총 지도부 등이

      13:00에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출두할 것이기에 미리 인사를 드리러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와준 것에 감사한다며 작은봉투를 내민다. 감사의 뜻을 전할 방법은

      이것뿐이란다. 전기며 수도 등을 배려해 주어서 고맙고 그동안 불편을 주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어제 푸른교실 대표자가 인사를

      한 후, 두번째다. 물론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서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 용서를 청하며 일을 매듭짖는

      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천막농성을 하고 이곳을 떠나가지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농성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늘 그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번은 그래도

      많은 편이다. 지난번 지하철이 그랬고, 전국연합이 그랬으며, 푸른교실과 금속

      연맹이 그랬다.

        그러나 왠 일인지 이번에 가장 오래 있고, 가장 큰 조직인 민노총은 정식으로

      그런 절차를 밟지도 않는다. 그것뿐인가? 약속은 왜 그리 지키지 않는 것인지?

      왜일까? 크기 때문에, 힘이 있어서? 오늘은 어떻게 나올까? 기다려보자.

 

14:00 - 금속연맹과 푸른교실은 이미 떠났다.

      그러나 천막은 그대로이다. 그 천막 앞에 "에바다"와 간련된 학생들과 장애인들

      20여명이 깃발을 들고 서성인다. 그곳에 민노총 유덕상 부위원장과 또 한명의

      집행부원이 남아 있다. 에바다의 대표인 듯한 장애인이 민노총 천막에서 농성을

      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잠시 후 15:00에 만나 대화하자고 한 후, 민노총

      집행부의 한 사람에게 어찌된 일이지를 물었다.

        유덕상 부위원장이 남아 있기로 해서 금속연맹이 쓰고 있던 천막으로 자리를

      옮겨 쓰고, 천막 하나는 에바다에게 주고, 천막 하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들어와 쓴다는 것이다. 어찌 그렇게 마음대로 일까?

      분명 대외협력국장 말로는 대통령과의 면담 후, 잘 되면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고

      들었고, 또 면담결과도 만족할 만한 것이라고 위원장이 공식표명했는데.........

      그리고 앞으로 예정된 시위도 취소한다고 분명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유덕상 부위원장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들이 한 약속이나

      철저하게 지키지 왜 다른 단체일까지 관여하려 드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라는 말도 없이 여기를 쓰겠다고 말한다. 날씨도 덥고 짜증도 나서 화를 낼것같아

      일단 접어두고 다시 진정되면 이야기 하기로 하고, 내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지금

      말한대로 2개동의 천막은 철수하라고 말하고, 금속연맹이 쓰던 천막에서 에바다와

      함께 쓰면 않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않된다는 것이다.

      그럼 천막 1개동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사람들이 들어오면 함께 쓰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도데체 뭘 더 어떻게 말해야 할지..........

 

14:30 - 한민청(한민족 민주민족 청연협의회:범국민 통일축전 준비와 준법서약서 폐지,

      보안법 철폐를 위해 뭉친 청년협의회) 대표가 찾아왔다. 지난번 전국연합 소속으로

      함께 들어와 천막농성을 한 후, 전국연합이 약속을 지켜 철수한 후에도 계속 천막

      농성을 하고 있어,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던 단체다. 3일 후, 자진 철수했고, 철수 후

      계속해서 22:00에 천막을 치고 05:00에 천막을 걷어가며 계속 있었다. 그것까지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못본척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스럽게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이번 토요일까지 '99 범민족 통일축전 간담회를 여기서 했으면 하는데, 푸른교실

      천막을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번 토요일까지이고, 천막도 비어 있으니 그렇게

      하고 약속은 지켜달라고 했다.

 

14:50 - 스크린쿼터 폐지 저지를 위한 영화인 협회 대표인 김지미 선생을 만났다.

      오늘 철수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의 단식투쟁에 대해, 또 약속을 잘 지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전하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다. 수고했다고 말하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오늘 철수하는데 미안하지만 천막을 그냥 두고 가면 어떻겠느냐

      고, 에바다 농성단은 천막이 없어서 그런다고 말한 후, 에바다의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 천막은 에바다 문제의 농성이 끝나는 대로 잘 보관해 주겠다고 말했다.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협조하겠단다.

        서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서로 돕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렇게 협력할 때, 사회의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은 하나 둘 잘

      풀려갈 수 있을 텐데........

 

15:00 - 에바다 문제로 천막농성을 준비 중인 대표를 만났다.

      천막은 영화인 협회의 도움을 받았으니 그 천막을 이용하라는 말과 함께 사용상의 지킬

      몇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이곳은 경내이기에 정숙을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따라서 깃발과 프렌카드는 언덕에 설치하고, 이곳 경내에서는 구호와 시위는

      삼가하고 시위를 할 때는 언덕에서 하라는 것, 그리고 토요일과 주일에는 혼인과

      기도와 미사가 있는 관계로 주차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계단

      공사가 마무리 되면 천막을 그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등을 설명했다. 7월

      20일까지 농성을 하기로 했으니 약속은 꼭 지켜달라고 했다. 설명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영화인 협회 대표와 인사를 시켜주고 서로 격려와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16:00 - 영화인 협회가 마지막 입장을 정리하는 집회를 끝으로 철수를 준비중이고, 에바다는

      기다리고 있다.

 

17:00 - 밖이 몹시 시끄럽다.

      밖으로 나가보니 한국전력 전국노조연합 7,000여명이 언덕과 경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급히 언덕으로 내려가며 사람들을 계단으로부터 떨어지라고 소리쳤다. 계단은 오늘

      06:00부터 12:00까지 레미콘 작업을 했기 때문에 아직 양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00쯤,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계단공사가 염려되어 한국전력 전국노조연합의

      홍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 사정을 설명하면서 따졌다. "어떻게 이런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면서 한 번도 성당측에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또 성당을 사용하면서

      왜 경찰에만 집회신고를 내고 경찰은 왜 그것을 허락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사실 이 점은 언제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집회장소를 명동성당으로 하고는

      집회신고를 왜 경찰에 내고 또 경찰은 무슨 권리로 허락을 하는 것인지? 한 번은

      중부서 형사에게 따졌더니, 집회신고서에는 명동으로 되어있지 명동성당으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집결지가 명동성당이라고 표기되어 있을 것이다.

      이점을 바로 잡아야 하겠다.

        한전 홍보국장은 그때 성당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성당의

      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 같았지만 성당을 사용하지 안겠다는 말에 더이상 무엇을

      말하겠는가? 하지만 불안했다. 그 불안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한전 노조집행부로

      달려가 홍보국장을 만나 아까의 통화에 대해 따졌다. 그제서야 자신이 잘몰랐다고

      말한다. 그건 분명하다. 그러나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는 위의 문제 때문이다.

      명동성당이 집회장소로 표기되어 있으면 경찰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명동성당으로 결정권을 넘겨야 할 것이다.

        계단공사도 공사이려니와 오늘은 성당에서 커다란 행사도 진행 중이다. 수도회의

      사제서품식(사제가 되는 예식)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한데,

      지방 한전노조원들이 대거 상경해 시위를 한 결과로 이들을 후송할 대형 버스 4대가

      무작정 성당마당으로 올라와 휘젖고 있다. 사제로 서품된 새 신부는 성당마당 여러

      곳에서 신자들이 바닥에 무릎을 꿁고 있으면 안수를 해주는 경건한 시간인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기분이다.

 

18:10 - 중부서 형사 두 명이 찾아왔다.

      이 두 김형사는 언제나 봐도 인간미가 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불상사를 막아내고

      수배자들을 설득시켜 자수시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주는 그야말로 이곳

      천막농성자들의 지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 두 형사를 좋아한다.

      경찰들의 비리와 경찰들의 잘못이 발표될 때마다, 이 두 형사는 미안해 하지만

      이 두 형사들 때문에 모든 경찰들이 다 그런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경찰을 믿는다.

      모든 경찰들이 이 두 형사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찾은 것도 에바다 문제로 천막농성에 들어간 장애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집회신고 절차나, 또 협조사항이 있으면 둘을 찾으라고 말해 주려고 올라왔단다.

      기꺼이 대표자에게 소개를 시켜주고 안심 시켜주었다. 두 형사는 여러분을 감시하고

      또 집회를 막기위한 것이 아니라 도와주러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소개해 주었다.

      서로 인사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7월 2일(금)

        지금 시간은 21:40이다.

      성당은 오늘 하루 평온했다. 에바다는 자리를 잡았고, 민노총은 약속대로 2개동의

      천막을 철수했다.

        20:00쯤 에바다를 찾았다. 혹시 유인물이 있느냐고? 이곳의 사정을 기록하는

      인터넷 일지가 있는데 성당입장도 알리지만 무슨 문제인가도 알려야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회의 문제들을 알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하자 유인물 한 장을 준다.

      에바다는 학생들과 장애인들 뿐이다. 참으로 힘 없어서 어렵게 어렵게 1,000일이

      넘도록 고독하게 투쟁하고 있다.(에바다 문제는 첨부참조)

        지금 현재 이곳 명동성당에는 민노총 천막 2개동 25명, 현대중기.한총련 1개동 5명,

      한민청 1개동 20여명, 에바바 1개동 20여명 등, 총 천막 5개동 70여명이 농성중이다.

첨부파일: 에바-1.rtf(3818UFCd0FIQUZ3QUFBQUFBQUFBWXdBQUFFRkJRVUZCUVVGQlhBMmxrMHZqdy9Hcy9ialpMNGN5UFFYUXgzVlFxMGlUUjI5dlpFNWxkM05tY21GdVkyOHkA, 에바-2.rtf(8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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