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3년 3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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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3-04-03 ㅣ No.185

성주간을 보내며

 

손희송(베네딕토) 지도신부님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성지주일에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것을 기념하는 입당식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실 것을 아시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나귀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위의 군중들은 겉옷을 벗어 깔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합니다. 며칠 후 성금요일에는 또 다른 군중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이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으실 때 거기에 모인 이스라엘의 군중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소리칩니다. 물론 두 군중이 같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예루살렘 입성 때 환호하던 군중은 갈릴래아에서 같이 온 사람들이고, 재판받을 때의 군중은 수석사제들을 포함하여 유다 지도자들의 부추김을 받아서 예수님을 죽이라고 한 예루살렘에 있던 사람들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예수님을 환호하던 군중들과 예수님을 죽이라고 하던 두 가지 군중들의 모습이 우리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믿겠다고 했을 때의 마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환호하던 군중들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께 믿음을 두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다짐했지만 살다보면 예수님을 멀리할 때가 있습니다. 기도를 해도 잘 들어주시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의 좋다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성당에 나와도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더 나아가 냉담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하는 군중과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천 년 전에 있었던 그런 일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환호하던 그 모습대로 평생 유지해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수님께 중심을 두고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나귀를 탔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은 왕이나 고관들이 주로 탔고, 말은 전쟁이나 무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나귀는 그 당시에 일반 서민들이 물건을 나를 때 쓰던 수단이었습니다. 나귀는 겸손과 평화의 상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말이 아니라 나귀를 타심으로써, 군중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무력이나 전쟁에 의해서 세상의 정복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겸손과 진정한 지혜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세상을 바꾸는 그런 메시아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물론 군중들도 그러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겸손을 무기로 해서 우리의 마음을 얻고 가꾸시는 분이라는 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우리 스스로도 겸손의 사람으로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기를 앞세우고 자기의 말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그것이 안 되면 화를 내고 싸우기까지 합니다. 그런 것을 벗어나서 내 말을 안 들어 주어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견디어 보고, 용서해 주고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께 중심을 두고 산다면 진정으로 겸손한 인간으로 탈바꿈 될 수 있고 우리의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모님이 바로 그런 분이셨습니다. 성모님을 따르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아서 내가 먼저 변하고 겸손해져서, 주위가 변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은혜를 청하고 또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교황님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행복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분을 교황으로 보내주신 것 같고, 그분의 겸손하심이 말씀이나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신자들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교황님이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들에게 첫 축복을 내리시기 전에 먼저 그분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시면서 고개를 숙이고 같이 기도하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분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겸손하게 사셨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셨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몸에 배었고, 그 순간에 군중들에게 겸손하게 기도를 청하는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겸손은 한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할 때 그런 것이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행동으로 산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닮아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성주간에 우리가 좀 더 기도하고 시간을 두고 마음을 열어서 성주간 예절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우리가 새로워지고 거듭나는 그런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은총 가득한 부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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