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는 1962년 2월, 마가렛 피사렉은 1966년 10월 각각 소록도에 찾아와 40여 년을 한센병 환자와 그 자녀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나라, 그중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을 위해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두 간호사는 2005년 11월 22일 편지 하나만 달랑 남긴 채 소록도에 왔던 그 모습 그대로 떠났다. 떠나는 날 오전까지도 두 사람은 아무일 없다는 듯 사람들을 돌봤다. 두 사람 덕분에 하늘이 내린 큰 벌(천형, 天刑)이라고까지 여겨졌던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에는 당시 재직했던 의료진과 한센병 환자들이 등장한다. 의료진과 환자의 증언은 항상 한 곳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바로 '사랑'이다. 10대 때 강제로 소록도에 와서 70대가 된 한센병 환자는 "등에 흐르던 진물을 장갑도 없이 짜주고 냄새를 맡아가며 병의 경중을 살피는 모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소록도병원장은 "두 사람의 헌신적인 간호가 한국 간호사들의 장갑을 벗겼다"면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사랑으로 환자들을 대하던 두 사람의 모습을 반추했다.
두 사람의 사랑 덕분이었는지 한센병 환자 자녀들 가운데에선 사제(광주대교구 김홍식 신부)도 나왔다. 천형의 섬으로 불리던 소록도가 두 사람 덕분에 천사의 섬으로 거듭난 것이다.
카메라는 현재 두 사람이 사는 오스트리아 마트라이와 인스부르크를 비춘다. 소록도를 떠난 지 10년이 훌쩍 지났건만 한센병 환자들은 여전히 두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