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30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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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 - 오늘 하루는 조용하기만 하다. 뭔가를 기대하는 모습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보일뿐이다. 대통령과의 면담 대문이리라. 한국노총과 만노총 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조간신문들도 이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8.15 특사에 3/2이상 복역 중인 노조원들과 사전영장 발부된 수배자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등이 실렸다. 그래서일까? 17:50쯤, 푸른교실의 한 사람이 나를 보자 달려온다. "신부님! 내일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어쩌면 내일 저희들 철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사드리려구요." "대통령과의 면담이 잘 된 모양이죠? 축하드립니다." 악수를 청하자, 굳게 손을 잡으며, "잘은 몰라도 그렇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참으로 기뻐한다. 좋은 일이다. 대통령과의 면담에 따라 민노총의 3개동 천막, 금속연맹 1개동 천막, 현대중기 1개동 천막, 그리고 푸른교실 1개동 천막 등, 총 6개동 천막이 함께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일 가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아무튼 좋은 일이다.
오늘도 영화인 협회 사람들만이 30-40명 가량 천막에 모여 어제 있었던 일들과 투쟁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더위 때문인지 천막의 지붕을 제외하고는 모두 걷어 올려 놓고 힘에 겨워하고 있다.
22:00가 되니 밖에서 천막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내다보니 "99 범민족 통일축전 준비 모임"이 천막을 치고 있다. 어제도 22:00 쯤에 천막을 쳤다. 잠이야 자야하니까 걷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늘 05:50쯤 나가보니 천막이 걷혀 있었다. 내일도 또 걷고 하겠지. 아무런 사전연락이 없었으니, 계속 그렇게 할 모양이다.
내일 어떻게 될지 기다려보자......... 하느님! 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고 말씀하셨으니 그러렵니다. 편히 주무셔요. 저도 오늘은 일찍 잠을 청할까 합니다. 내일은 06:00 부터 계단에 시멘트를 부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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