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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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8-01 ㅣ No.856

제기동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내일(8.2-4)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강화도 유스호스텔로

여름 수련회를 갑니다.

비도 엄청 내리고, 걱정도 되지만

이미 잡혀있는 일이고,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녀 올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어릴 적 추억 하나 이야기 할려고 해요...

 60년대에 태어난 나는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면

늘 배고프고, 아쉽고, 궁상맞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겨울은 늘 춥고, 서러웠다.

우린 형제가 셋인데 내가 그 중에서 3번째였다.

 

 겨울에

우리 3형제는 한 이불을 덮었는데

큰형은 가운데

작은형은 벽 쪽

나는 문가에 누웠다.

 

 아무튼 바람은 불고

힘은 딸리고

이래저래 추운 겨울이었다.

 

 이제 30도 훌쩍 넘어서는 요즘

가끔씩 그때 그 일들이

그리워진다.

참 이상도 하다.

 

 여름에, 우리 동네에는 펌프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펌프 옆에는 늘 작은 물통이 하나 있었고

신기하게도

갈증나는 여름에

그 작은 물통을 펌프에 넣고

죽어라 펌프질을 하면

물이 기적처럼 펌프에서 쏟아져 나왔다.

 

 갈증도 채우고, 목욕도하고

집으로 가져가고도 물은 남았고

끝에는

펌프 옆의 작은 물통에 물을 담았다.

 

 어린 나이에 그 펌프가 나는 무척 신기했다.

어째서 그 작은 물통으로

그렇게 많은 물이 생길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오늘 성서 말씀을 문득 생각해 본다.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5천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

 

 어릴 적 동네에 있던 그 펌프를 생각하니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먼저 작은 물통의 물을 부었을 때, 그토록 많은 물을 얻을 수 있었듯이

우리의 작은 정성과

우리의 작은 나눔이

어쩌면

우리들 내면에 있는

영혼의 그 풍부한 지하수들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또 그렇게

많은 기적들을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내린 비로

많은 분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

어렵게 이룬 작은 살림살이를 잃어버리고

애써 가꾼 농작물들이 물에 떠내려 가버렸다.

 

 이제 우리는

작은 기적들을 이룩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또 요청하신다.

가진 것을 모아 보아라...

그리고 함께 나누어라...

 

 함께 함과

나눔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가장 큰 기적을 이루어내는

우리 영혼의 지하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청 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장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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