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7월호_특집[노래로 찬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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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6-23 ㅣ No.14

특집:노래로 찬양을

한 소녀가 가난한 것이 싫다고 집을 떠나 2년 동안 방황했다. 집을 나온 것을 후회하면서도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집을 찾았을 때 대문도 방문도 모두 열려 있었다. 소녀가 집을 나간 그날부터 어머니는 한 번도 문을 잠그지 않고 밤마다 불을 밝혀 놓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빗장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자녀를 위해 항상 열려 있다.
 
 언젠가 인터넷검색을 하다가 한 사이트에서 읽게 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며 잠시 내 어머니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에 내가 있는 성당에 찾아오시려 하다가도 아들에게 혹시 누가 될까 염려되어 나섰던 발걸음을 돌리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셨던 내 어머니…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자주 찾아뵈려고 노력하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머니는 다른 일들보다 내가 우선일 텐데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몇해 전 어머니께서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을 무렵의 일이다. 어머니를 찾아뵙고는 돌아오려고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내게 “와치아웃” 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가 잠시 후에 영어로 “Watch out(조심해)”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고는 웃은 적이 있다. 영어를 배우면서 그 재미에 푹 빠지신 어머니는 내게 종종 이렇게 배운 것을 활용해 말씀하시며 즐거워하신다.
사형제를 키우시며 당신을 위해서 돈도 시간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셨던 어머니는 환갑이 훌쩍 넘으신 지금에야 당신을 위해 한 달에 몇만 원의 돈과 얼마간의 시간을 쓰시며 행복해 하신다. 그런데 때로는 그것도 사치라 여기시며 그만두려 하실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자식이 무엇이길래 젊은 시절을 온전히 내어놓고도 부족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실까….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셨을 때 내게 이메일을 보내시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컴퓨터로 안부를 전하고 물을 수 있는 법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할 때 가장 든든한 애청자가 되어 주셨다. 그런데 방송을 일 년쯤하다가 사정이 여의찮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방송을 통해 아들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어 좋으시다며 매번 잊지 않고 들으셨던 어머님의 서운한 마음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어머니는 자식의 좋은 일을 그 누구보다 기뻐하시고 환하게 웃어주시는 분이며, 자식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보다 더 쓰리고 아려서 잠 못 이루신다는 것을 알지만 그 마음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자식인가보다.
 
작년에 발표한 생활성가 앨범 ‘사랑의 날개’ 9집에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의 사랑과 같은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조심스레 담아 보았다.

너 고통 속에서 날 원망할 때에
그런 너를 보며 난 눈물 흘렸지
네가 나를 떠나 외면할 때도
내 마음 널 향했고
내 손으로 빚은 너의 모든 아픔
내게도 아픔이 되고
나의 숨 불어넣은 너의 한숨은
내게 큰 고통이 되지

너 고통 속에서 날 떠나려 할 때
그런 너의 손을 잡아주려 했지
네가 나의 품을 떠나갈 때도
내 마음을 널 향했고
내 손으로 빚은 너의 모든 아픔
내게도 아픔이 되고
나의 숨 불어넣은 너의 한숨은
내게 큰 고통이 되지

항상 내 마음 널 향해 열어 둘게
언제라도 날 찾으렴
<작사:김두심, 작곡:이철>

우리네 어머니들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고, 또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나. 자식이 살인을 하고 와도 가슴에 품어 주는 것이 어미인 것을…” 하고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 말씀이 점점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나는 사제이기 때문에 자식을 낳아서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직접 느껴볼 수는 없지만 사제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어머님들을 통해서, 그리고 평생을 날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실 내 어머니를 통해서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이러할진대 우리를 손수 빚으시고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주신 하느님의 마음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할까…. 우리가 고통 속에 있을 때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싶으실 테지만 고통이 삶의 거름이 되기를 바라시며 가슴 저리는 아픔을 참고 그저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원망하며 소리칠 때에도 그분은 귀를 막지도 않으시고 돌아서지도 않으신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하느님의 그런 마음을 내가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나 역시 그분께 부족한 아들이기에 그분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하느님을 쉽게 배신하고 원망하고 돌아섰던 내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지켜봐주시고 기다려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봤으면 좋겠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책 제목이 새삼 이해가 된다. 어머니는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며, 그 사랑은 빗장을 잠그는 법이 없고 자녀를 위해 항상 열려 있다. 그리고 그 사랑 속에 정작 당신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외롭기 그지없다는 것을 자식들은 모르고 살지만 오직 하느님만은 헤아려주실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그렇게 평온해 보이는 것일 테지…. 오늘은 어머니의 품에 찾아가 아프고 외로운 가슴을 어루만져 드려야겠다.
_이철/니콜라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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