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교사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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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dohshim] 쪽지 캡슐

2000-09-08 ㅣ No.1666

9월의 요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여기 여름 행사를 마치고 새 학기를 시작한 초, 중고등부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요즘 하는 생각들을 올려 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 ’교사’. 성당 내의 위치(?)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교사를 왜 하느냐이다. 또한 자신이 선택된 교사라는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다. 자신의 개인 생활과 교사 생활을 분리해서 본다거나, ’나 하나 쯤이야~’ 라는 생각, ’누군가 하겠지’ 라는 회피적 생각이 내 맘에 얼마나 자리잡고 교사를 하는지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물론 그 안에 신앙적 모습과 자질들을 겸비해야 할 일이다. 교사는 하나 달고 다니는 훈장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어찌보면 옛날 분교의 선생님처럼 드러나서는 안 될 봉사직이다. 특별하게 취급되어져, 자신이 특별히 인정된 인물처럼 생각하는 교사는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다.

더불어 교회도 교사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겉으로는 자연적으로 봉사처럼 보이지만,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몇몇 사람에게 과중한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았을까. 그로 인해 자신의 역할을 도가 지나치게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해마다 나타나는 일들이지만, 교회 안에 신자가 있는 것 같이 보이나, 때로는 사회 속의 직장인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사이에 일년이 간다. 교사들은 이벤트 회사의 직원이 아니므로 영성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어둠 속을 걷고 있습니다. 가슴이 퍽 아픕니다. 오늘 교사 교육을 넘넘 기대했기 때문일까요? 아님 그 속에 저의 답답함에, 목마름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일까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 저에겐 2달 후면 된다는, 2달만 견디면 된다는 이런 생각들이 저의 가슴을 메웁니다. 좀 서럽기도 하구요. 교사들이 저에게 끌려가지 말아달라며, 교사회에 이렇게 봉사하면서 힘들어야 되느냐며 혹은 여기가 사회나며 왜 그렇게 해야 되냐고 질문을 할 때면 숨이 막히고...

전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돈도 필요없습니다. 맛나는 음식도 필요없습니다. 다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섞인 격려 한 마디가...  눈물 나도록 그립습니다. 전 준비되지 않은 교사인가 봅니다. (자료를) 읽으면서 이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과 현실에서는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머리가 좀 떨어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고, 저희에게 필요한 영성과 자질을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신입교사에게 알맞는 걸까요? 지금도 넘 버거워 하는데...   죄송합니다. 넘 말이 많고 주제넘었죠. 어쩌죠. 제 맘이 이런 것을...

 

# 음... 이런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시니 교사로서 자부심이 (또한 책임감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저는 교사회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여름의 큰 행사인 캠프를 잘 마무리 했는데, 아직까지도 교사회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론, 성당을 나서면 우리는 각자 개인으로 돌아가버린 듯 낯설어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앞서, 하느님의 제자로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우리는 하나이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서로 사랑합시다.

 

# 우선 우리 중고등부 교사 전원이 참여하지 못함이 아쉽구요.

처음 교사를 하겠다고 자원했던 건 대학 1학년 동안 나름대로 부족하나마 영성체험도 하고, 주님을 느끼고 깨달았던 모든 경험이 주님께 소홀했던 과거 내 삶에 엄청난 충격이고 사건이었기에 "난 꼭! 주님을 위해 봉사해야하겠다는 다짐"과 의욕이 동기가 되었다. 막상 시작된 교사활동은 나의 앞서가는 의욕에 충족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다툼과 의견 충돌, 그리고 인간적인 모습에 많이 실망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주님께 그럴듯한 희생과 봉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교사 활동은 조금도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의욕에 스스로 수십번 무너지고 짓밟히면서도 내가 늘 느꼈던 건 왜 그만두지 않는걸까라는 의문이었다. 주일마다 혼나고 다투면서도 단 한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나! 그런 내 자신이 너무나 신기하고 대단했던 건 지금 와 보건데 주님의 부르심이었기에 거역하지도 거역할 수도 없었던 것 같다. 최근 많이 약해진 나 자신을 보며 느끼는 건 주님을 잠시 잊고 살고 있다는 것, 내가 대단한 양 착각하고 있다는 것...  다시금 날 깨우쳐주고 잡아주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게으름은 천성적인 것 같다. 언젠가 이 게으름 때문에 나한테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거란 것을 안다. 매 약속마다 느끼면서도 크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나 나름대로는 좀 늦어도 약속을 깨지는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지도 모른다. 성당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를 첨 하면서 내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난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띈다. 심지어는 대학 가서 동아리도 안 했을 정도로... 그런 나에게 성당 일에 대한 경미한 부담조차 처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현재까지도 많이 개선된 것도 아니지만 내가 교사로 있는 한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나한테도 처음 다니는 주일학교이고 성당이니끼... 정도 조금씩 들어간다.

 

# 나는 일단 교사회가 먼저 떠오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교사회라는 단체로 인해 대단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조직에 몸담고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조직생활 중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소속감을 느끼며 같이 하고 싶은 조직이 과연 몇이니 될까?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교사회에 입문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선택했다고 믿어왔지만...    내가 교사회에 몸 담은 1년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진짜. 내가 힘들 때 옆에서 같이 아파해주고, 내가 즐거울 때 정말 같이 축하해 주고! 교사회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몇 번 못 보면 정말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회 사람들이니까. 지금까지 나의 옆에 있어준 그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 신수동 중고등부 교사회... 나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은, 몇몇 교사들을 제외 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면 모두 빠지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부터 시작해서 조금 더 열심히 참여하는 교사들이 됐으며 하는 바램. 워낙 되는 대로 생각없이 사는 관계로 이만 씁니다.

 

# 저는 다른 부족한 점도 많지만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제 자신에게 ’게으름 피우지 말자’라고 이야기 하지만, 항상 보면 어느샌가 게으름을 피웁니다. 언제나 늦잠 자고, 모임 약속 등에 맨날 지각하고, 이런 것들을 정말 수 없이고 머리 속에 되새깁니다. 긴장감이 없어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우스워보이는 건지... 항상 지각하다 보니 자연히 책임감도 사라지고요. ’게으름을 피우지 말자’라고 다짐한 것이 벌써 4년째인데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교사를 하면서 이런 점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신부님, 수녀님, 교사회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 2000년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신부님이 저희 집에 오신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 보는 저에게 아주 친한 척을 하시면서 낮은 목소리로 "교사 안 해!"라고 하실 때, 저는 속으로 ’아니, 저분이 왜 이렇게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시나’하고 경계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교사회에 들어와보니 좋은 사람들과 귀여운 아이들, 그리고 주님께서 함께 계시더군요. 지금은 그 때 들어오지 않은 걸 후회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보람된 교사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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