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영성

리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Sta. Catharina de Ricci,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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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숙 [hsryu] 쪽지 캡슐

2001-02-21 ㅣ No.14

          리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Sta. Catharina de Ricci, V.]

 

                                                     (축일 2월 13일)   

 

   리치의 성녀 가타리나는 1522년 태어나 세례 때에는 알렉산드리아라고 이름지었다. 4세 때 어머니를 잃고 잠시 대모 손에서 자라난 후 아버지 베드로의 두 숙모가 있는 도미니크 수도원으로 갔다. 그녀는 수녀가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만 교육을 받기 위함이었다.

   수도원에서 수녀들의 교육을 받은 알렉산드리아는 학문만이 아니라 신심 상으로도 대단히 진보했다. 4, 5년 후 아버지는 그녀를 집에 다시 불러 모든 가정 일을 그녀 손에 맡겼다. 그녀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도록 집안 일을 잘 처리해 나가는 동시에 수도원에 있었을 때와 같은 신심의 의무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의 나이도 찼으므로 아버지는 딸이 어느 부잣집 아들에게 출가시키려는 생각을 그녀에게 말하자 기뻐하리라 생각했던 그녀는 오히려 우울한 안색을 하며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하느님께 일생을 바치는 수녀가 되고 싶다고 간청했다. 의외의 그녀 말에 아버지는 처음에는 대단히 놀라 여간해서 들어줄 것 같지 않았지만 확고 부동한 그녀의 결심을 안 후에는 단념하고, 그녀를 위해 도미니코교회의 수녀회에 입회 신청까지 해주었다.

   수녀가 된 알렉산드리아는 가타리나라고 이름을 바꾸고 오로지 완덕의 길에만 노력하고 원래는 귀족이었음에도 가장 천한 일까지도 기꺼이 해 나갔다. 그녀가 가장 즐거워한 것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십자가 앞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이었고, 그녀 또한 주님과 더불어 고통을 당하고 싶은 희망이 언제나 불과 같이 타오르고 있었다.

   수녀원에 들어오자 곧 중병에 걸려 몹시 고생했지만 그녀는 이것이야말로 주님을 본 받는 데 가장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조금도 신음이나 불평을 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병고를 참았다. 그녀의 병은 약을 먹을수록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므로 그녀는 점점 그것이 인내의 시련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신념을 더욱 굳게 가졌다. 모진 어려움을 이겨가며 수덕에 노력한 그녀는 자매들에게도 존경을 받아 25세 때 원장이 되었다. 원장이 되어서는 말보다 실천으로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들을 선으로 인도했다.

   가타리나는 모든 수녀들에게 신망이 두터워 존경받는 몸이 되었다. 그러나 더욱 겸손하며 자기를 자매들의 종으로 생각하고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명예 등에는 일절 무관심해 될 수 있는 대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몸체는 비록 그늘에 숨어 있어도 그 향기를 사방에 퍼뜨리는 고결한 제비꽃처럼 그녀 덕행의 향기도 숨은 데서 나타나 어느덧 세상에 퍼져 유명한 추기경, 주교, 귀족 등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겸손한 그녀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되었는지 이러한 것들이 없어지도록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어떤 때는 자매들이 자기의 언행록(言行錄)을 편찬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몹시 놀라며 "보잘것없는 나 같은 사람을 대단한 인물처럼 서술하는 것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모욕하는 것입니다"라고 하며 원고를 빼앗아 찢고 불에 태워 버렸다고 한다.

   가타리나가 십자가를 손에 들고 사랑하는 주님의 품에 자기의 정결한 영혼을 바친 것은 67세 때였다.

 

                ***

 

   알렉산드리아의 유명한 철학자 성녀 가타리나가 법정에서 교회를 옹호하는 웅변을 토하고 순교한 후 그 성녀를 보호자로 삼고 그 이름을 자기 본명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 성녀 중에서도 같은 본명을 가진 이도 몇 분 계시다. 고로 이를 구별하기 위해 이름에도 보통 고향이나 도시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교회에서 기념하는 리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녀도 그 중 한 분이시다.

 

 

                                             -    카톨릭 성인전 에서 요약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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