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온화 체험1-온화의 살맛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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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온화 [onwha] 쪽지 캡슐

2000-04-09 ㅣ No.741

♠온화 체험 1 - 온화의 살 맛나는 이야기

       ---  아래층 여자 위층 남자  ---

지독한 황사와 심술궂은 바람이 휘몰아쳐대고 짖굳게 할퀴어내도

때가 되니 어김없이 개나리 그 빛을 발하며 불타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질세라 사방에서 톡톡히 한 배경 해주는 진달래 진달래……

아! 목련만 봐도 목련만 봐도 살 맛나는 세상입니다.

꼭 우리 계화 온화, 온화 계화 생글거리는 생생기운 같지 않습니까?

 

며칠 전의 제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정말 참 진짜 실화예요!

아래층 사는 온화가 그 끈질긴 술맛의 유혹을 뿌리치고 초보운전자로서 조심조심 야간운전

으로 집 앞 주차장에 이르렀어요. 새 즈믄해 들어 정월에 기분좋게 뺀 나와 내 가족의 첫차

새차 베르나!  햐! 두 달 되었을 땐 강원도 화천 산골짝에서 군생활하는 우리 아들 보려구

엄마인 온화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 지 스스로 차를 몰고 면회갔다는 거 아닙니까? 이제 석

달이 되어가니 어지간히 핸들이 손에 착착 붙는다 싶었는데, 그 날따라 왜 그리도 주차장이

좁고 작아 보이는지…… 차 엉덩이부터 안으로 들이미려는데 아, 이 놈이 도대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몇 번이나 앞으로 나갔다 뒤로 들어갔다 하면서 절절매고 있는 모습을 어떤

안경 낀 남자가 팔짱을 끼고서 보고 있더라구요. 그 남자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더 잘 안된

것 같았거든요. 그 남자 가만히 내게로 다가와 차 문을 두드리기에 열었더니만,

 " 초보운전 표시 붙이신 걸 보니까, 야간 주차 잘 안되시나 보죠?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202호 사시죠?  전 302호 살아요. "

한 지붕 사는 한 가족이다 싶어, 옳다구나 차를 맡겼겠죠? 이럴 때 맡기지 않는 사람 이상

한 거 아니예요? 그 날 그렇게 황사가 지독하더니만 글세 그 남자도 별 볼 일 없더라구요.

온화처럼 몇 번을 나갔다 들어갔다 하더니 잘 안되는 지, 아예 우리 골목을 한 바퀴 착 돌

아오더라구요. 웃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사람이 못할 거라구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어쩜! 뒤로도 잘 못 들어가는 그 좁은 공간을 그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글세 차 앞으로 들

어가기 시작하는 지 모르겠어요. 저게 안 될 텐데 내리라고 해야겠다 싶은 아찔한 순간! 사

고! 사고가 났어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 엄마야!!!  셋째 아들인 내 새차가 !!! "

세상에! 정면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베르나는 사선으로 억지로 들어가면서 오른 쪽 차 문 두

짝 끝이 주차장 모서리에 낑기며 우그러져, 끼이익 끽끽 아픈 소리 지르며 빡빡 끼어들어가

는 게 아니겠어요?  무슨 남자가 글세 한 번 아니다 싶으면 차를 세울 일이지 끝까지 밀고

들어가는 건 도대체 뭐람? 차 비명 소릴 듣고 온화 작은 아들이 뛰어 나왔어요.

 " 엄마, 괜찮아?  어떻게 해? "  

내가 압니까? 그 남자가 압니까?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 아래층 온화와 겁먹어 하얗게 사색이 된 위층 30대 초반의 남자!

상처난 차를 몇 번이나 어루만지며 온화는 눈물만 흘릴 뿐. 위층 남잔

 " 어쩌죠? 전 잘 한다고 한 일인데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독백만 할 뿐.

그 날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내일 보자고 하고 집에 들어 왔지요.

 

잠이 오겠어요? 고렇게 매일을 쓰다듬고 닦고 예뻐하던 아들을. 하얗게 밤을 새우고 차를  

세워둔 채 택시로 출근했지요. 학교 선생님들의 조언들 참으로 다양했어요.

 " 100% 그 남자가 잘못이니 그 남자가 변상을 해야한다.

   공연히 아래 위 층 산다고 정에 이끌려 손해 보지 말아라."

 " 아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함부로 키를 남에게 주는 게 아니다. 누군지 어떻게 알고        차를 맡긴단 말이냐?  더군다나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한 게 아니냐? 차주가 주차를    잘  

   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굳이 따진다면 차주에게 과실이 있다고 봐야 한다."

 " 그러지 말고 반씩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함부로 차를 맡긴 차주도, 도와주려  

   고는 했지만 그 사람도 과실이 있으니, 둘이 다 잘못이 있긴 마찬가지 아니냐?"

온환 그 분께서 분명 응답을 주시리라 믿고 있었어요.

 

드디어 그 위층 남자가 온화처럼 한 숨 못잔 까칠해진 얼굴로 나타났어요.

  " 어제 잠 못 주무셨지요?  오늘 하도 걱정이 돼서 회사에서  낮에 일찍 들어왔어요. 차  

    의 장애인 마크 누군가 했더니…… 아저씬 줄 몰랐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시지요?    

    새로 차를 사셨는 데 얼마나 마음 아프셨겠어요? 제가 깨끗하게 잘 해드리겠어요. 물론  

    새 차 만큼은 아니겠지만요. 알아봤는데요. 차를 우선 펴고, 페파로 밀고 도색한 후 열  

    처리하면 그런대로 봐 줄 수 있답니다. 30만원 견적내는 걸 24만에 깍았으니, 염려      마세요. 키만 좀 주세요."

온화가 뭐라고 하던가요? 목련만 봐도 살 맛 나더라고 했잖아요?

세상은 참 살 맛나는 거예요.  참 착한 사람들 좋은 이웃들이 세상엔 있다니깐요.

많다니깐요. 온환 활짝 피어난 목련이 되어서 이렇게 대답했지요.

  " 정말 고맙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살 것 같습니다.  괜히 아래 위에 이웃을 두신 게 아니네요. 사실은 도와 주시려고 한 그 마음만 보려고 했거든요. 세상이 하두 험해서 차주인 저에게 등떠다밀어도 할 말이 없다기에, 마음 한 구석에선 슬프지만 포기하려구 했었어요. 역시 제 믿음이 옳았어요. 우리 반반씩 내기로 해요. 그리고 고마움의 보답으로 저의 집에서 내일 식사나 같이 하시죠. 남편이 무척 좋아할 거예요."

그 남자도 그 말을 기다렸었나봐요.  아마 온화의 이미지에서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닌지요.

  " 아유, 감사합니다. 그래 주신다면 저야 황송합니다. 역시 선생님이라 다르시네요."

그 것 봐요. 또 선생님이라 덤으로 칭찬 받는다니까요. 선생님은 참으로 살 맛나는 직업이라니까요.  24만원의 반인 12만원과 차 키를 맡기니, 그 남자 쭈뼛쭈뼛하며 받더라구요.

 

말끔하게 된 차 속에서 그 남자의 착한 향기가 느껴지는 거예요.

온화(溫花)가 누굽니까?  따뜻한 꽃 아닙니까? 가만 있었겠어요?

귤 한 상자에 딸기 한 상자를 얹어 위층 그 남자 부인에게 드렸지요.

그 남자 또 가만 있었겠어요?  아저씨와 아들에게 미안하다며, ’아침 햇살’ 이라는 싱그런

음료에 쇠고기 한 근 받아 주더라구요.

참 세상은 살 맛나지 않습니까? 이래서 아래층 위층 여자 남자 서로서로 매일 웃으며 산다

는 거 아닙니까? 괜히 선거통지 봉투를 전해준다며 띵동 벨 누르고 인사하고 웃는다니까요.

그 남자 이사갈까 봐 은근히 걱정된다니까요. 이게 행복아닌 가 싶어요. 작은 거지만 요즘

온화 참 행복해요.  

 

----- 다음 이야기 ’온화의 체험2 - 온화의 술 맛나는 이야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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