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밥-그손에 못박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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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9-01-10 ㅣ No.8239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파,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꿇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 버렸다.
      
      
      밥- 그 손에 못 박혀 버렸다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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