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김제동 발언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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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식 [guten1273] 쪽지 캡슐

2008-12-22 ㅣ No.8985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본 에이미라는 소녀를 어미새로 알고 있는  갓 태어난 거위들은 오로지 에이미의 곁에서 쉬거나 그녀의 행동만 따라 한다. 서로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에이미는 이제 16마리 거위의 작고 소중한 엄마가 된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로렌츠는 새끼오리가 부화 후에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따르는 행동을 각인(刻印)이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각인은 부화 후 36시간이 결정적 시간대이며 부화 후 13-16시간대가 가장 민감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밤에 들어와서 TV를 켠 순간 김제동씨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그의 말은 이렇다.

'토씨를 바꾸거나 글자 몇 글자 바꿔 아이들의 사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다.  교과서를 개정하는 노력보다 인적자원, 아이들의 교육에 좀 더 투자하고 없는 아이들이 더 배울 수 있도록 해 달라.  이제는 이념 논쟁이 지겹다.'

 

모두 알다시피 그는 정치인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이 안아야 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이다.   따라서 그가 뱉은 말에 대해서 법적, 도덕적으로 시시콜콜하게 따지고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의 발언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각인의 효과는 거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적어도 거위가 지닌 지능을 가진 동물에게 모두 적용되는 이론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청소년기란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또래의 행동양식과 찰나적인 접촉만으로도 인생의 향방이 뒤바뀔 수 있는 때인 것이다.  하물며 본능적이고 찰나적인 감각이 아닌 학습(學習)이라는 정신 활동의 영역이라면 사뭇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종북 좌파들이 벌이는 그들의 교묘한 학습에 성인들조차 혼미(昏迷)한 상태에 빠지고 있음을 흔히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미국 쇠고기 수입 건과 관련한 촛불집회만 보더라도 각 지방에서  올라 온 일반 대중이 태반을 이루었고, 현 정권의 몰락을 노리고 어린애가 한 명 죽기를 바랐다는 말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사회 전염(Social Contagion)에 의한 동조(同調)가 바로 종북 좌파들이 노리는 바이다.  나는 김제동씨가 어떤 연유로 100분토론에 출연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가 하는 말에 청소년이 전염될까 두렵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청소년이 접하는 교과서의 내용이란 글자 한 자가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그가 주장하는 '토씨나 몇 글자'라는 표현은 사려깊지 않은 표현이다.   수학을 예로 든다면 < 유클리드의 제 5 공준>은 ' 한 직선과 그 직선 밖의 한 점이 주어졌을 때 그 점을 지나면서 주어진 직선에 평행한 직선을 단 하나 그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단지 그의 다른 공준보다 직관적이지 못하다 하여 2000년 동안이나  이를 증명하려는 무수한 수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역사 또한 한 글자의 오류가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  그렇지 않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가.  

둘째, 김제동씨는  어린 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김제동씨가 하는 말을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여길 위험이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로서는 이념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마르크스의  이론이 폐기처분되지 않고 있는 기형적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예를 든다면 전교조에서 PL이나 NL과 같은 사상적 부류가 그들의 핵심이 되어 있고 이들이 선량한 교사들을 가두어 두고 있지 않은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토씨 하나 글자 한 자에 심혈을 기울여 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국가의 품격과 정체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토론만큼은 최소한의 보편타당한 이론과 지식을 갖추고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논객을 불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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