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좋은 날, 기쁜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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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만 [pachira] 쪽지 캡슐

2000-03-21 ㅣ No.673

드디어 기다리던 월요일.

오늘 저는 세 명의 여성과 함께 데이트를 했어요. 누구 누구냐구요? 우리 초등부의 어머니 선생님들 중 최고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루시아 교감 선생님, 루피나 선생님, 혜경 데레사 선생님이죠.

우리는 루시아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강원도를 향해 떠났답니다. 강원도 이야기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이시죠?

잔뜩 준비한 간식과 이야기거리, 그리고 분위기 짱인 음악을 들으면서 한 다섯시간을 간 끝에 도착한 우리의 목적지. 우와! 그 곳은 별천지 였답니다. 사방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인위적인 것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산과 나무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 속삭이는 새들의 노랫소리, 노랫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루듯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맑은 공기,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한 나무 그늘들... 참, 빠질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었네요. 입을 삐죽이 내밀고 우리가 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던 오리들과 볼펜을 내밀자 덥석 잡아버린 원숭이까지...

그곳을 보자 마자 직감적으로 ’바로 이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답니다. ’자연속에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이 곳을 찾으려고 그렇게 헤맸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지요.

무슨 말이냐구요? 넘 궁금하시죠? ^^

사실은 오늘 우리 석촌 주일학교 학생들이 여름 휴가를 보낼 곳을 보러 갔었어요. 한 달 전부터 우리 학생들에게 줄 여름 선물을 찾아 헤맸었거든요. 모든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서서 이 곳, 저 곳을 알아보았지요. 그런데, 그냥 마구잡이로 알아본 것이 아니라 장소 선정에 있어서 딱 두 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찾아 다녔지요. 그 두 가지는 "하느님과 자연"이었지요.

우리는 이 번 여름 행사를 준비하면서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새로 시작하기로 했지요.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여름 행사를 하는 목적이었어요. (우선 목적이 나와야 그 목적에 맞는 장소와 내용들이 나오잖아요.) 우리가 여름 행사를 하는 것이 기존의 사회 단체에서 하는 여름 행사와 똑같다면 그것은 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똑같다면 아마츄어인 우리가 마련한 여름 행사보다 프로인 그들이 진행하는 캠프가 훨씬 더 재밌고, 즐거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담 우리가 준비하는 행사가 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점이죠. 그래서, 선생님들과 저는 하느님의 사랑을 학생들에게 직접 느끼게 해주자는데 마음이 통했고,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하느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연"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있는 곳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죠.

이번 여름 행사는 이런 취지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니만큼 이름도 다르게 붙이려고 해요. 어떻게 붙이면 좋을까? 이런 이름은 어떨까요? "자연 학교" 혹은 "자율 학교" 혹은 "산간 학교"... 그 어떤 이름이든지 우리가 준비하는 이 학교에는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해요. 그것은 "자연과 자율, 그리고 하느님" 이시죠.

장소가 궁금하시다구요? 그것은 아직은 비밀이예요..^^

오늘은 넘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차 안에 있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그리고, 잠도 잘 잘 것 같아요. 아마도 꿈속에서 오늘 보고 왔던 그 무릉도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무릉도원에 계신 우리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아이들도요...

여러분도 좋은 꿈 꾸세요...^^

 

 

별이 쏟아질 것만 같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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