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상처 헤아려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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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yjjhk] 쪽지 캡슐

2005-04-02 ㅣ No.415


어느 가정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하루는

어머니가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의 방을 청소하다 책상 서랍에서 구석에 숨겨둔 시험지 하나를 발견했답니다. 60점 맞은 시험지였습니다. 그 순간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점수도 제대로 받지 못한 주제에 부모까지 속이려고 시험지를 숨기다니... 어머니는 그 날 하루 종일 화가 가라않지 않은 채로 지냈습니다. 저녁 때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그 사실을 일러바쳤지요.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듣더니만 자기에게 맡겨두라고 했습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제 방에 들어가 공부를 할 때 아빠는 조용히 그 방에 들어가서 이렇게 얘기를 했답니다. “엄마가 그러는데 네가 60점 맞은 시험지를 책상 속에 숨겨놓았다면서? 너 그동안 마음이 많이 괴로웠겠구나. 공부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란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앞으로 네가 점수를 못 맞는다고 해도 시험지를 숨기지 않았으면 한단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아빠가 아이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니까 딸아이는 눈물을 주룩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더랍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아이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집안이 화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아버지인들 부인에게 그런 얘기를 듣고 속이 편했을 리가 없었겠지요. 60점밖에 못 맞은 주제에 부모를 속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괘씸했겠습니까? 그러나 벌컥 화 내는 것을 자제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었을 때 모든 일이 순조롭게, 더 좋게 끝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그 부모들은 딸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상처 입은 마음을 먼저 헤아려 줌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은 것이지요.

딸아이의 잘못을 질책이 아니라 인내와 용서로 감싸주었던 아버지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는 장차 세상에 오실 구세주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였습니다. "그는 소리치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아 밖에서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 버리지 아니하며, 성실하게 바른 인생길만 펴리라."(이사 42,2-3). 사순시기에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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