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7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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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06-25 ㅣ No.278

연중 제 13주일 : 교황주일(루가 9,51-62)

 

 

혹시 쟁기를 본 적 있나요? 소나 말의 힘을 빌어 땅을 파헤쳐 농사를 돕는 도구예요. 아마 텔레비전에서 보았을 거예요. 소가 쟁기를 끌고 앞으로 가면 농부는 뒤에서 쟁기를 잡고 땅을 잘 파헤치도록 위치를 잡아주죠. 그런데 농부가 쟁기를 잡고 자꾸 뒤를 돌아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소는 제 멋대로 가고 쟁기도 방향을 잡지 못해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잘못하면 쟁기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농부는 쟁기를 잡으면 가야할 곳을 똑바로 보고 일을 하지요.

 

예수님께서도 농부가 쟁기를 잡고 밭을 가는 것을 보셨는지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 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무슨 뜻일까요? 쟁기를 이용한 농사법을 설명하시는 것인가요? 아니죠. 우리가 무슨 일이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오직 가야할 곳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걸어가라는 뜻이에요.

 

사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아요. 특히 방학 끝 무렵이 되면 아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어요. 방학 초에는 '이번 방학에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며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방학이 끝나갈 때가 되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이 흐지부지된 것이 더 많기 때문이에요. 요즘도 일기장 검사가 있나 모르겠지만, 예전에 방학이 끝날 때가 되면 밀린 일기 쓰느라 고생하던 생각이 나네요. 특히 지난 날씨를 몰라 끙끙대던 기억이….

 

오늘은 또 교황주일이에요.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과 뜻을 올바로 전해주시는 교황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에요. 교황 할아버지께서도 우리가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딴청부리지 않고 잘 따라가도록 기도해 주실 거예요.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마태 10,17-22)

 

 

얼마 전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한국인 신부님은 누구인가? 라는 문제가 나왔어요. 우리 어린이들은 모두 알고 있죠?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세요. 김대건 신부님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모범을 따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신학생으로 뽑혀 다른 두 친구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신부님이 되기 위해 먼 외국으로 공부하러 갔어요. 지금처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편하게 간 것이 아니라, 그 넓고 넓은 중국 땅을 걸어서 마카오라는 곳까지 갔어요. 그 때 나이가 겨우 15살이었어요.

 

공부하는 도중에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고국에 있는 신자들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서 마침내 1845년 8월 17일 상해 금가항 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어요. 그리고 주교님을 모시고 라파엘호라는 작은 배를 타고 조선 땅을 향해 출발했어요. 지난 겨울 부산에 있는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에 갔다가 새로 복원된 라파엘호를 보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작은 배로 중국에서 조선까지 그 험한 파도를 헤치고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는 조그맣고 초라했어요.

 

하지만 신부님은 예수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사제를 기다리는 신자들을 생각하며 그 모든 어려움을 다 이겨내셨어요. 예수님께서는 박해자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때가 되면 아버지의 성령께서 우리의 말과 행동을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하셨어요. 김대건 신부님도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잘 간직하고 계셨고, 그래서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순교하시면서도 오히려 신자들과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어요. 우리도 김대건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예수님과 친구들을 더욱 사랑하도록 해요.

 

 

연중 제 15주일 : 농민주일(루가 10,25-37)

 

 

어느 똑똑한 율법교사가 예수님께 와서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냐고 여쭈었어요. 사실 그 율법교사는 공부를 많이 해서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예수님 앞에서 자기의 지식을 뻐기고 싶었던 거예요. 예수님의 칭찬에 더욱 거만해진 율법교사는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며 예수님께 더욱 어려운 질문을 했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이웃은 어려움에 처한 이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못 본체 지나쳐 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가르쳐 주셨어요.

 

매주 안식일 밤마다 랍비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호기심이 생겼어요. 사람들은 랍비가 은밀히 하느님을 만나고 있다고 짐작하고 하루는 몰래 그 뒤를 따라갔어요. 그런데 랍비가 농부 옷으로 변장을 하고는 어떤 중풍 걸린 이방인 여인의 오두막에 가서 방을 치우고 그 여인을 위해 안식일 음식을 장만해 주고 그 시중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랍비를 뒤따라갔던 이가 돌아오자 사람들이 물어보았어요. "랍비께서 어디로 가십디까? 하늘로 올라가시던가요?" "아니요. 더 높은 데로 가시던데요."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이방인 여인을 도와준 랍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둘 다 예수님 말씀대로 핑계대지 않고 진심으로 어려운 이웃의 친구가 되어 준 것이에요. 사실 유대인과 이방인들은 아주 원수처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을 이방인처럼 생각했고, 혹시라도 사마리아 지방을 지나갈 일이 생기면 사마리아 사람과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서로를 미워했죠. 하지만 랍비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과거의 미움과 세상 사람들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었어요. 바로 이것이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연중 제 16주일(루가 10,38-42)

 

 

베드로 수사님이 성체조배를 하러 성당에 갔어요. 그런데 먼저 와 있던 바오로 수사님이 앉아서 졸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베드로 수사님은 성체를 향해 큰 소리로 기도했어요. "주님, 감히 주님 앞에서 졸고 있는 이 게으른 형제를 용서하소서!" 그러자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조용히 해라! 네가 나까지 깨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집에 들르셨어요. 마르타는 예수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곁에 앉아서 조용히 말씀을 듣고 있었어요. 언니는 조금 화가 나서 예수님께 동생도 일을 좀 거들게 해 달라고 청했어요. 그랬더니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 지를 아는 것이에요. 예수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조용히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도 예수님을 사랑하는 길이에요. 또 기도하다 졸고 있는 친구를 보고 흔들어 깨우는 것도 좋겠지만, 얼마나 피곤하면 예수님 앞에서 저렇게 졸고 있을까 하며 더 조용하게 기도하는 것도 친구를 사랑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마르타와 마리아, 두 사람 모두 예수님을 무척 사랑했어요. 예수님께서는 마르타를 나무라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조금 더 배려할 줄 아는 사랑을 가르쳐 주신 것이에요. 우리 친구들도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다른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을 먼저 이해해 주는 예수님의 사랑을 따라해 보아요.

 

 

연중 제 17주일(루가 11,1-13)

 

 

"어떻게 하면 기도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우리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겠어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맞아요. 열심히 또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기도를 잘 할 수 있고, 예수님께서도 그런 기도를 잘 들어 주세요. 그런데 조금 하다가 힘들다고 또 예수님께서 기도를 빨리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어요.

 

아주 큰 회사 회장님이 젊어서 겪은 일이에요. 인천 부두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아끼기 위해 낡고 더러운 합숙소에서 잠을 잤어요. 그런데 밤마다 빈대들이 무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참다못해 길다란 상을 갖다가 그 위에 신문지를 깔고 물을 담은 대야 네 개를 가져다가 그 위에 상다리를 놓고 잠을 잤어요. 그러면 빈대들이 상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싶어도 물에 빠져 못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편안하게 잠을 잤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또다시 빈대들이 무는 바람에 잠에서 깨고 말았어요. 그래서 불을 켜고 도대체 어떻게 이 높은 상까지 올라왔을까? 하고 살펴보니, 빈대들이 벽을 타고 또 천장을 타고 책상 위로 와서 고공낙하를 했던 것이에요. 그래서 회장님은 큰 교훈을 얻었어요. 빈대도 제 뜻을 이루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하물며 사람인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라고요.

 

맞아요. 우리가 무엇인가 이루고자 한다면 또 무엇인가를 얻고자 한다면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조금 하다 말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기도도 마찬가지예요. 예수님 말씀처럼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해요. 얇은 철판은 금방 달궈져서 뜨거워지지만 또 금방 식어버려요. 하지만 두꺼운 쇠는 뜨거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그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기억해 보아요.

 

<소년, 2001년 7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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