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누군가의 메일 속에 담겨있는 보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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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0-05-02 ㅣ No.197

누군가가 제게 보내준 메일 속에 담겨 있는 보석같은 글을 여기 실어 봅니다.

 

 

 

                            <느낌표>

 

 

 

돌에는 느낌표가 없기 때문에 흙 속에 묻어 두어도 싹이 나지 않습니다.

향기로운 흙 냄새와 비의 감촉이 스며들어도

돌에는 느낌표가 없기 때문에 얼음장처럼 겨울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씨에는 느낌표가 있어서 죽어 있다가도

흙 속에 묻어 주고, 따뜻한 입김을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하면,

눈을 뜨고 일어나 싹이 되고, 잎이 되고, 꽃이 됩니다.

 

 

바위에는 느낌표가 없기 때문에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도

새벽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노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의 가슴에는 느낌표가 있어서

장미빛 손가락 같은 아침햇살이 어둠을 부수고 쏟아지면

새들은 높은 음자리표로 지저귀며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느낌표가 없는 사람들은

불행이라는 말, 그리고 슬픔의 가락밖에는 들을 줄 모릅니다.

가슴에 느낌표가 있는 사람은

‘불행’이란 말을 ‘행복’으로 바꾸고

노래의 템포를 빠르게 연주할 수가 있습니다.

똑같은 노래라도 슬픈 노래를 행진곡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가슴에는 느낌표가 달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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