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시2-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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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kimgem] 쪽지 캡슐

1999-03-30 ㅣ No.1159

  오늘은 수업시간에 심심풀이? 아무튼 교수님께서 읽어보라고 나눠주신 프린트 물에 좋은 시가 있어 이렇게 올립니다.

  여러분, 도종환 시인 아시죠? 예전에 '접시꽃 당신'이란 시집으로 유명해졌던... 고인이 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시를 읊고 있는 시적 화자의 애틋함이 살짝 엿 보입니다.

                                                     무늬만 국문과(굶는과)김젬...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란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 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서로 물이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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