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사랑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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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5-31 ㅣ No.356

말하세요, 주위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에게. 부성애를 담은 '가시고기'라는 책을 선택한 것은 울보인 저로서는 실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눈물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기는 했지만 주책이지요. 불치병에 걸린 부자간의 얘기거든요. TV 단막극 보다가도 작가가 심어놓은 속히 빤히 보이는 지뢰에 걸려 들고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이 하는 날은 울다 지쳐 잠드는 이 울보가 울기에는 직효더군요. 그 와중에도 안타까운 것은 눈물샘이 풍부한 루양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순수성과는 전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눈물 머금을 커다란 눈망울도 없어 추하기만 하지요. 코도 패~ㅇ하고 풀어대고... 글쎄, 순수문학적인 가치로서의 평가는 모르겠지만 소설가가 '얘기꾼'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아주 얘기를 잘 지어냈다는 것은 인정해도 좋을 것 같네요. 가시고기에 비유되는 아름다운 부성애와 시한부 삶이라는 주인공의 애달픈 시간의 흐름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를 소중히 살고 사랑할 하루를 살자구요.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 책속에 있던 글이예요. 가끔씩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힘들지만 힘들다고 그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기 보다 그래도 내일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넓혀 누군가를 지켜봐 준다면 좋겠지요. 5월을 마감하면서 뜻깊은 문장을 새기고 책속의 인물처럼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성모성월의 마지막 묵주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아무 것도 별다를 재주가 없지만 기도하는 시간과 정성을 보내는 것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새로 선물받은 묵주가 손때 묻어 변색되는지 볼거예요.) 그리고 조카들이 잘 지내는지 전화도 걸어봐야지요. 아기때 한번씩 앓으며 엄마와 이모를 병실에서 새우잠 자게하던 큰 조카녀석이 고맙네요. 벌써 많이 자라서 용돈을 손에 쥐어주면 '어? 두개 밖에 없네'라며 큰 차를 살 수 있는 가치가 되는지 어떤지를 물을 정도가 되었지요, 얄밉게시리. 하지만 이 세상에서 나와 뽀뽀를 나눌 수 있는 세남자(조카)중 하나인데 머지않아 징그러워 피하게 되기 전에 많이 예뻐해야지요.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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