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난생 첨 가본 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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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영 [hansband] 쪽지 캡슐

2000-12-30 ㅣ No.4221

처음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말을 듣고 생각 나는건 솔직히 " ㄸ " <-먼지 아시져?

그게 다였습니다.

보기엔 비위가 세 보이지만, 전 사실 비위가 약하답니다.

더군다나 작년에 갔다왔던 친구들의 겁주는 말들에 옥수동을 출발하는 버스안에서부터 속이

뒤집어 질라고 했답니다. (참고로 후각도 무지 예민한....)

 

처음 꽃동네 가서 들어간 식당에는 톡 쏘며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조차 비위가 상했지만,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이건 향기의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겁이 잔뜩 먹어서 있었는데

교육관에 가서 영상을 보고 교육을 받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거부감이 사라지고 빨리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을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짧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두째날 새벽 봉사를 하러 고개를 넘어 갔습니다.

건물에 들어가자 갑자기 목구멍까지 넘어올듯한 향취가 코를 자극하더군요.

약품냄새,음식냄새,화장실냄새,닝겔냄새 등등....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했지만 잔뜩 겁이 났죠. 또....

근데 저쪽에서 한 남자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정말 겁에 질려 있는데...얼마안가 그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구원의 방"에서 근우와 함께 봉사를 했습니다.

처음에 방문을 열기가 너무 무서워서 근우를 툭 치며

"야, 열어봐....니가 열어..." 하고 말했죠.

그러자 그래도 근우는 남자답게 문을 열더군요. 빼꼼히 열린 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니

10명정도의 나이드신 할아버지께서 방 둘레에 빙 둘어앉아서 저희들을 주시했습니다.

가방을 풀러놓고 아침식사를 나를때 까지도 너무 두려웠습니다.

나와 약간씩 다르게생긴 사람들이 처다본다는게....무슨짓을 할지 모른다는 경계심부터

들더군요. 지금생각하면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지만......

 

 

하지만 참 다들 좋으신 분이었어요.

제 옆에 양쪽으로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서 밥을 드셨는데

밥을 어색하게 먹자(입맛에 안맛더라구요) 안쓰러웠는지 김도 잘라주시고, 국수도

가위로 잘라주셨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그분들께 드린게 별로 없어서 죄송한 맘밖에 없습니다.

사실 상냥하지도 않고, 그다지 말도 잘 못걸어드려서 오히려 할아버지들께서 먼저

말을 걸어오시더군요...그래서 대답이라도 좀 상냥하게 하자는 결심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가끔씩 드문 드문 대화가 오가곤 했습니다.

 

 

방에 저 혼자 있는데 한 분이 오시더니 "꽃동네 사람들" 이라는 책을 건냈습니다.

저는 우물쭈물 그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는 꽃동네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다룬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뒤지다 보니 방금 나에게 책을 주신 그분과 똑같이 생긴 사람 사진이 책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갸우뚱해서 있으니까 그분이 저에게 가까이 오셨습니다.

그게 자신이라고 하더군요....저는 흠찟 놀라며...

"어....어쩐지 닮았더라구요..."

저는 참 어눌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악수를 청하시더군요.

그리곤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 내가 젊었을때 막살아서 몸이 이렇게 됬어. 안해본거 없이 다 해봤는데, 죽을고비도 몇번이나 넘겼지만 이렇게 꽃동네에 와서 봉사도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법도 알게

되었다. 항상 다른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거라... 이곳엔 다 모자란 사람들 뿐이야.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단다. 너는 꼭 공부 열심히 하고.... 남을 도우면서 살아가는게 참 중요해~  꽃동네 또 올거지? 나중에?"

 

"네....."

 

그 순간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그리고는 저에게 메주고리 성모님사진이 붙어있는 나무조각을 주셨어요.

자세히 보니 직접 만드신 거더라구요.. 또 닝겔 호스로 만든 반지도 주셨어요. 하나밖에 없는건데 주시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는 요즘 꽃동네에서 일을 맡아 하는게 있다하시며 제가 있다가 가는걸 못 볼거라며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나가셨습니다.

전 그 분이 나가신 뒤에 아까 읽던 그 책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가 씌여 있더군요. 알콜중독자에 떠돌이 생활로 그렇게 지내다가 피를 쏟고 거의 죽을뻔 하셨답니다.그러다가 꽃동네에 온 담 부터 술은 입에 대지도 않고 제일 인기가 좋은 성실한 사람이 됬다고......또 배워놓은 기술로 꽃동네에서 잔일을 도맡아 하시고 있다고.......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더이상 거지가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거지는 받을줄만 알지 베풀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 저에게 많은걸 주셨습니다. 분명 오랫동안 꼭꼭 숨겨두었을 것만 같은

과자도 서슴없이 내어 주셨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걸 자꾸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또 자신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와주셨습니다.

 

 

사랑을 베풀러 간 거였는데, 도리어 사랑이란걸 배워 왔습니다.

그게...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늘 가진것을 나누어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거....

  

 

 

   

아! 드디어 제가 철이 들었나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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