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돌아온 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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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영 [yourpoet] 쪽지 캡슐

2000-03-03 ㅣ No.448

안녕하세여. 저는 풍납동 성당 중고등부 차혜영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냐구요?

 

처음, 중 1이 되었을 때 저는 막연한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중고등부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레 그 속에 스며드는 다른 이들과 달리 전 그렇지

 

못했어요. 왜 그랬을까? 지금도 너무 후회하지만 어쨌든 그 땐 그랬답니다. 무언가

 

비집고 들어 갈 수 있는 틈이 느껴지질 않았죠. 그런건 제가 만들어야 하는 건데, 전 그

 

틈을 누군가 만들어 줄 줄 알았습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아무도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전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초등학교 내내 다니던 성당을 나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늘 죄의식으로 고통스러워 하며.

 

그렇게 성당엔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2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결국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미사만 드려야지’하는 생각으로 성당에 나왔습니다. 그동안 성당은

 

새로이 건립되고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미사를 보고 난 후, 저는 제 맘 속이 깨끗이 정화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로만 듯던 ’카타르시스’ 그게 그거더만요.

 

그러자 생생하고 활기찬 중고등부의 분위기가 저를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그 속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제서야 용기를 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6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하느님께서 또 하나의 기적을 제게 내리셨습니다.

 

이제는 성당 생활이 없는 제 일상은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공부는... 처음 그때 보다

 

백배는 더 열심히 해야 겠죠. 하지만 제가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느님이 도와주실

 

겁니다. 마치 죽도록 고생하고 결국 아버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그 탕아처럼, 저도

 

하느님의 품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 부턴 성당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죠. 제가 밴드부라 너무 밴드부 일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는 주의를 많이 들었는데요, 이젠 밴드부 이전에 풍납동 주일 학교 학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도와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친구들, 특히 선정이 (만날 땐 쑥스러워서 못했지만 정말 고맙다.) 성가대. 밴드부

 

식구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전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어리석은 고민에 빠져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괜히 돌아돌아서  결국 와야할 곳에 힘들게 오지말고 그냥 지금 그 자리, 하느님의 품에서

 

떠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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