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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성월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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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진 [weirdo] 쪽지 캡슐

2000-05-29 ㅣ No.837

 

 날씨 참 좋죠?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성모 성월인데도 제대로 기도 한 번 하지 않고 마냥 늘어지게 생활했던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그래도 성모 성월인데..

 

 가톨릭 성가 246번 아시나요?

' 창파에 뜬 일엽주' 라고...성모님께 관련된 성가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이기도 합니다.

 

 2절 가사가 이렇습니다.

 

  축복해 주옵소서 복되신 성모여

 이삭과 열매들과 내손의 피땀과

 굶주린 자들과 억눌려 우는 자를

 마리아 마리아 성 마리아여.

 

 늙은 할머니가 내미시는 주름진 손과 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이들을 감싸 안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교회라는 답도 어느 정도 맞을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외되고 상처받고 억눌려 우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죄의 죄값을 받기 때문에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일에 나와 미사를 드리고 경건한 모습으로 성체를 영하는 모습이 우리 주위에서 보입니다.  물론 저도 반성 해야겠지요...

 

 성모님께부터 본받을 것 중 하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였다'라고...

 

 성모님께서는 엄청난 지혜를 간직하고 계셨음에 틀림없습니다.

 김장철에 구부리면 '' 소리를 내며 부러지던 배추도 소금에 절이면 푸르름은 간직한 채로 그 뻣뻣함이 풀리지요?

  성모님도 당신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마음 속이라는 김장독에 절여두셨습니다. 그래서 시메온이 당신 아들의 미래에 관한 일을 말했을 때도,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안으셨을 때도, 성모님께서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은 곳에 절여두셨던 것입니다. 푸르름은 간직한 채로.

 

 우리 모두 많은 일들을 마음이라는 김장독에 절여두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일이 내 이웃에게 상처를 주거나 나 자신 또는 하느님께 상처를 입히는 일인가?' 하고 '생각해 봐서 '그렇다'라는 답이 나오는 일들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김장독 뚜껑을 열고 그 일들을 집어넣는 작업이 말입니다...

 물론 그 김장독 속에 담겨진 일들은 다시 꺼내는 일은  필요 없습니다.우리들  영혼에 필요한 김치는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지 우리가 그 일들을 꺼내 김치를 담그지는 않거든요. 우리가 해야할 유일한 일은 마음 속 김장독 뚜껑을 열어 그 일들을 절이는 것 뿐입니다.

 

 '나만 당하기 억울하다' 혹은 '왜 저 사람만 하느님이 유독 예뻐하실까?' '저 사람만 사람들이 아끼고 감싸고 도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때는 주저없이 김장독 뚜껑을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주님의 신호이지요.

 

 우리 모두 마음 속의 김장독 뚜껑을 자주 열어 집어넣는 작업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꺼내는 일 없이, 성모님이 당하신 고통을 생각하며, 십자가에서 외로이 말씀하시던  주님의 '목마르다'를 생각하며....

 

 주님께서 푸르름은 지켜주십니다. 그리고 김치도 담궈주십니다.

 

 성모 성월 잘 마무리 하시고 뜨거운 예수 성심 성월을 맞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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