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7월호_향기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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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6-23 ㅣ No.12

-창원 사파동성당 구원의 모후 쁘레시디움 정숙희 헬레나 단장-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루가 10,27)는 말씀을 따라 자신의 삶 안에 하느님을 첫자리에 모시고 모든 일을 계획하고 기도하면 그 결과는 하느님께서 열매 맺어 주신다고 하는 창원 사파동본당 구원의 모후 쁘레시디움 정숙희(헬레나, 57세) 단장.
  정 헬레나 자매는 1980년 11월 28일 서울 반포성당에서 자녀와 함께 세례를 받고 주님의 품에 안겼으며, 그해 12월 반포성당 천주의 성모 쁘레시디움에 입단했다. 그 후 1983년부터 1988년 3월까지 반포성당 자비의 모후 꾸리아 회계직을 맡아 봉사했고, 1984년부터 1988년 3월까지 강남 샛별 꼬미씨움 회계직을 맡아 활동하다가 남편 최동규(바오로) 형제의 사업이 어렵게 되자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옮겨와서 고향땅에 정착하여 지금까지 살아왔다.
창원에 와서는 우리의 거울 쁘레시디움을 비롯하여 구세주의 모후, 인내의 샘, 은총의 샘, 천주의 성모 쁘레시디움 등 5개의 쁘레시디움을 분단시켰다. 사파동성당 전입 당시에는 본당 초창기여서 아직 위령회가 조직되지 않아 연도가 발생하면 연도는 물론이요 시신을 염하고 입관하는 데에도 손수 앞장섰다. 사파동성당은 창원공단 조성으로 인해 젊은 교우들이 많이 전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교회 전례 중 상례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초상집에서 상례를 치를 수 있는 위령회도 조직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 헬레나 자매는 호스피스 교육을 통해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본 정신과 자세가 갖추어져 있었기에 본당의 위령회를 만드는 데 그의 그러한 활동이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정 헬레나 자매는 하느님의 딸이 되기 전에도 이미 이웃 사랑의 복음적 삶을 예비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시골 공소를 열심히 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 방 벽에는 십자고상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마산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일이면 효창동성당을 찾아가 미사에 참례했다. 누구의 인도나 특별한 가르침도 없이 불우한 이웃을 찾아가 봉사를 하며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서울 반포성당 예비신자 교리반이라는 천국의 대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1986년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이듬해부터 강남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다가 창원으로 와서는 마산 파티마병원(현재는 창원에 있다)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면서 본격적인 이웃 사랑 실천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본당에서 복지분과장을 맡게 되었고, 관할 본당 어려운 가정 방문은 물론 장애인 시설인 사랑의 집, 가출 소녀들의 쉼터인 해바라기 쉼터, 어린이 공부방, 한센병 시설인 산청 성심원, 노인 요양원인 진주 프란치스코 요양원 등을 단원들과 함께 꾸준히 방문하여 그들과 친교를 맺어오고 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고통받으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에게 사랑이신 예수님을 전해주고,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을 통해 그들과 삶을 함께할 때 주님께서는 비천한 자신을 도구로 이용해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고, 새롭게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태어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가 이처럼 20여 년을 하루같이 지속적으로 활동한 결과 매년 20명에 가까운 예비신자를 교리반에 인도하여 세례를 받게 했지만, 세례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어른스런 신앙생활을 할 때까지 지속적인 뒷바라지를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써 주님은 언제나 그들의 위로자가 되어 주셨고 그들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셨기에 그의 주변에는 소위 ‘냉담’을 하며 쉬는 교우가 있을 수 없었으며 보다 지속적인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성령께서 활동하시도록 은총의 수로(水路)인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레지오 마리애 입단 이래 24년 동안 개근함으로써 근속 개근상과 매년 본당에서 실시하는 선교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상을 받기에 앞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인데도 상을 주시는 것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듯이 더욱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여기며 활동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12월 28일에는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하는 제21회 가톨릭대상 시상식에서 <사랑부문> 대상을 받음으로써 종교와 계층을 뛰어넘어 희생과 사랑으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 헬레나 자매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남편과 자녀들의 이해와 협조 덕택이라고 말하며 특히 동료 단원들과 위령회, 호스피스, 빈첸시오 회원들이 함께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겸손해한다. 그는 금년 1월 18일 외아들 최종태(요한 비안네)가 마산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지금은 진주 옥봉성당 보좌신부로 열심히 사목하고 있어서 더욱 힘이 된다고 한다.

그의 활동방법의 특별한 점은 꼭 불우한 이웃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이웃에게도 결코 소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살 때나 단독주택에 살 때나 이웃집에 먼저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다과를 나누며 친교를 다지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초대하여 소박하게 음식을 나누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비롯한 성화나 성상, 묵주는 물론 성서와 기도서, 교회 출판물을 보고서 질문을 하다가 가톨릭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 당신들도 성당에 다니자고 권유하게 되고, 교리반이 시작되면 그들을 함께 교리반으로 인도하여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게 했으며,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그들과 항상 친교를 나누고 기도하면서 기쁘게 살기 때문에 정 헬레나 집은 하나의 작은 기도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쉬는 교우들은 자기가 직접 회두 권유를 하는 때도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모시고 가서 신앙상담을 하도록 연결해 주어서 그들이 지금까지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들을 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주선해 주는 주님의 도구의 역할만 할 뿐 결코 자신은 주체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렇게 그들과 함께 기쁨의 삶을 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짐스럽거나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다. 평신도의 보람과 사명으로 여기고 예수님을 닮고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도록 매순간마다 기도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들고 고통받는 이웃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모르고 사는 이웃에게도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온전히 봉헌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부족한 그에게 힘을 주시고 최선을 다하도록 용기를 주심에 항상 감사하면서 남아있는 삶도 주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신앙인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톨릭대상 시상식에서도 정 헬레나 자매를 이렇게 소개하였다.
“정숙희 님의 식을 줄 모르는 봉사활동은 이웃에 귀감이 되고, 가정에 평화가 되어 외아들을 성소의 길로 이끄시기도 했습니다. 이웃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고 사랑을 실천해 오신 정숙희 님이야말로 어두운 세상의 빛과 소금이시며, 우리의 참이웃입니다.”

박유성/아우구스티노. 마산 레지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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