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이상 과 현실(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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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옥

2002-11-20 ㅣ No.5526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아름다운 이상이 현실속에서

 

좌절을 겪어야 한다면 그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부방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주님께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신자로서의 너무도 당연한 소명이겠지요.

 

이런 소명의식 아래 지금도 사회의 곳곳에서는 말없이 그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재정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그 의지가 꺾이고

 

중도에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 또한 많이 봐왔구요.

 

이번 공부방에 관한 일도 결국엔 ’돈’이라는 민감한 요인이

 

작용한 경우이겠지요.

 

 

공부방이 우리 본당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지만, 저는 작년에 이 곳으로

 

전입해 온 터라 그 역사를  알 길 없어, 지나간 게시판을 혹시나 하여 살펴보니

 

지난 봄쯤 사목회장께서 올리신, 공부방개설 1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와 축하연을

 

알리는 게시물이 떠 있더군요.

 

물론 공부방 개설은 사회복지차원에서, 사회사목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을 테지요.

 

그렇게 뚜렷한 목적을 안고 시작된 작업이 십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것은

 

그 간 함께 하셨던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렵사리 유지되어 오던 공부방이 폐쇄된다는 소식앞에서 안타깝고,

 

좌절을 맛보신 분들 또한 계시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더군요.

 

그렇다면 왜 힘들게 공부방을 폐쇄시켜야만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져볼 수 밖에요.

 

 

물으나마나 본당재정이 궁핍한 탓이겠지요.

 

신부님께서 여러차례 게시판을 통해 말씀하신 것 처럼요.

 

 

살림살이 하는 주부로서 한달을, 그리고 한해를 꾸려나가자면

 

한정된 수입으로 어떻게 빚지지 않고 이것저것 막아가며 잘 살아낼까 하는 문제로

 

골몰할 때가 많지요. 그러다 보면 정말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 많아도,

 

앞에 보이는 것 때문에 꾹 참고 그냥 지나쳐 가야할 때가 많더군요.

 

작은 규모의 가정경제를 꾸리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들진데,

 

신자수 육천여명의 살림살이야 더 말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말이 육천명이지 실제로 본당재정에 도움이 되는 신자수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게시판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신부님의 중점 사목대상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노인....등의 순서로 매겨지더군요.

 

그리고 지역사회의 복음화 또한 중요한 몫을 차지하구요.

 

본당내에 ’아가페회’를 두어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겠지요. 당연히 공부방 아이들은 어린이사목과 빈민사목이 다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부방폐쇄 얘기가 나온 건, 어렵고도 힘든 숙고끝에

 

내려진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이해가 앞서는군요.

 

 

신자들이 내는 교무금 및 헌금으로 이루어지는 수입을 가지고 예산을 집행함은,

 

분명 주임사제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디 신부님만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상계동성당의 가족인 만큼, 함께 생각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겠지요.

 

 

며칠전 공부방문제가 게시판에 오르고 나서 맘이 편치 않아 열어보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여러 의견들이 올라와 있군요.

 

공부방이 폐쇄되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 번복 되어질 수 없는 줄 알고

 

안타까워 했지만,  방법을 모색 해 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놓으신 것 같아,

 

유지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다행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신부님의 힘만으로도, 부유한 신자 몇명의 힘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이런 일에 관심과 사명감을 가진 모두의 힘이 합쳐져야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공부방이 아무에게도 상처로 남지 않고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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