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나눔]주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인쇄

구윤숙 [kerol] 쪽지 캡슐

2000-07-30 ㅣ No.1255

캠프준비에 들어가는 교사들을 보았습니다.

 

4년동안 여름마다 내가 여름을 꼬박 바쳤던 일에 한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는 것이 쉽긴하지만, 편지는 않더군요.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함께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함께갈수 없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니 그저 미안하고 아쉬울 뿐입니다.

 

오늘 학교에서 한 아이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날씨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안부인사로 끝나는 극히 평범한 편지였습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한장짜리 편지.

 

근데 작은 선물이 있더군요.

 

열쇠고리였습니다. (6개월만에 열쇠고리 선물만 5번째입니다.) 무언가 주고 싶은 마음을 아이들은 그렇게 작고 예쁘게 표현하나 봅니다.

 

아이들은 참 별것 아닌 선물들을  참 많이 합니다.

포켓몬스터 스티커, 열쇠고리, 새끼손가락 만한 향수병, 불량식품 껌, 등등

 

사실 제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이지요. 하지만 전 그아이가 그물건을 들고 제앞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눈에 그려집니다. 그러면 참 세상이 예뻐보이더군요.

 

어쩌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닌 가장 작은 설레임으로 시작하는 사랑이 아닐까요?

 

내일 전 답장을 쓸 생각입니다. 지금쯤 얼마나 애타게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 설레이는 기다림을 더 길게 해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의 편지는 그 아이의 편지처럼 연필로 꾹꾹 눌러쓰지도, 선물을 넣지도 않은 편지이겠지요. 그래도 정성껏 쓸것입니다. (부모님과 다른 아이들에게 까지 자랑하며 돌려볼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답장을 쓰는 이유는 저도 그아이가 제편지를 받고 얼마나 기뻐할지 생각하며 기뻐할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은 이기적인 마음도 섞여 있습니다.

 

교사 여러분!

 

전 여러분들이 제게 그아이가 편지를 쓰던 마음으로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면 참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께서 보내실 답장을 기다리며, 별것 아닐 것 같아보이지만 작은 선물을 넣고, 연필로 꼭꼭 눌러쓴 편지처럼 그렇게 준비하십시오.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꼭 답장을 해주실 것입니다. (별로 좋은 선생님도 아닌 저도 답장을 하는데,,,) 여러분을 사랑하시는 좋은 스승이신 주님은 꼭 답장을 쓰실것입니다. 아주 좋은 선물을 담아서 주시겠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면 이 방학이 가기전에 답장이 올것입니다.

 

그걸 보려면 정성껏 편지를 쓰고, 애타게 기다려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주님의 답장을 기다립니다.



4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