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성소 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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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4-18 ㅣ No.428

 

 

성소주일에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어머님께서는 바느질 하시다가도 내 곁으로 다가오셔서
" 결혼 생활이라는게 아무 재미도 없고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곤 하셨다.

겉으론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를 격려해주셨지만 속마음은 아무래도
아들 바치는게 아깝고 인간적으로는 내가 몹시 안쓰러우셨던가보다

신학교에 들어가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북어찜을 차려주시고 맛있게 먹는걸
보고 싶어하시는 어머님 앞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켁켁거리다
밥상을 그만 물리고 헤어짐의 아픔을 삭이느라 아무말없이 벌떡일어나 밖으로
나갔던일.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어머님께서도 신학교에서 내가 덮고잘 이부자리를 손수 지어주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셨고 입학후 텅 비어있는 내방을 자주 열어 보시면서도 그러셨단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난생 처음 집을 떠나 있게된 나는, 첫날밤은 물론 ,

가끔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접할때마다 그리고 늘 나만을 생각하고
계실 병약한 어머님 생각에 이불속에서 소리 안나게 훌쩍거리다 잠들곤
한때도 있었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가? ^^*)

주님의 제자가 되기에 앞으로도 수없이 겪어야할 십자가의 하나라고 여기며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 용기를 내기도했지만...

철학도 배우고 나름대로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다시없이 즐겁기도 했지만
때론 집이 그립기도 했다.

첫 방학이 되어 집에 갔을땐 어찌나 반갑고 좋았던지
...소위 세속을 끊고 스스로 신학교에 갔다는 녀석이...
지금 생각해봐도 하느님께 미안할 정도였다.

그때 어머님은 내가 신학교에 들어간 후 내 몫으로 묵주기도와 다른 희생을
매일 바치고 있으며 당신이 살아가는한 계속 될것이라고 일러주셨다.

신학교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그때 그말씀이 내겐 큰위로와 힘이 되어주고있다.
아마 그기도는 아직까지도 하늘나라에서 계속 이어지겠지...

그런데
신학교 입학후 1년만에 그만 어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어머님의 임종을 보면서 넘어지기만해도 예수마리아 요셉을 찾으실 정도로
신심 깊은 분이긴 하셨지만 평소에 연탄불을 가시다가도 "아이쿠 뜨거운 연옥불"
하시며 연옥 고통을 그렇게도 두려워 하시던 생각이 나서, 나는

 

"예수님,

당신 때문에 마음 아파하셨던 성모님을 바로 하느님 나라에 불러올리셨던것처럼
나도 꼭 신부 될테니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셨던 우리어머님 제발 연옥 거치지
않고 바로 천당가시게 해주세요" 라고 몸부림치며 거의 떼를 쓰다시피했다.

어찌나 애절히 간청했던지
방에서 나왔을땐 하늘과 세상이 아주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후 나는 3년동안 매일 연도를 열심히 바쳐드려서 그 긴기도문을
거의 안보고도 외울수 있을정도였다.

한번은 동창 어머님 회갑연에 참석했다가 나도 어머님이 계셨더라면
저렇게 잘해드렸을텐데 하며 몹시 부러워 눈물이 자꾸 흘러내려서 헛기침을
해대며 "에잇 그놈의 감기때문에 콧물,눈물 별것 다 나오네" 하며 슬며시
빠져 나왔던적도 있었다.

명동성당 사제서품식때 날씨는 왜 또 그렇게 추웠는지 참,
제단에 엎드린 나는, 지난날들이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께서 환히 웃으시면서

"저애가 바로 제 아들입니다" 라고 하느님께 자랑하시면서 무릎을 꿇고 함께
기도해주실것만 같았다. 나는

눈물이 뒤범벅이된 가운데서도 울려퍼지는 성인호칭기도문 노래에 정신차려
정성되이 한분 한분 성인의 이름을 따라부르며 그분들의 도우심을 청하는 한편
하느님께도

"주님, 감사합니다. 어머님 임종때 드린 약속대로 제가 당신의 사제가 됨을
기억하시고 끝까지 잘 살수있도록 도와주십시요. 그리고 주님께서도요
저희 어머님을"  라고 했다.

올해로 신부가 된지 벌써 40년째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아니 어찌 나같이 이렇게 잘난 사람이^^*
사제로서 이런 저런 힘든 때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하느님께 자랑한 어머님의 아들로서 내가 한눈을 팔았다간 천당 가셨던
우리 어머님께서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대로 다시 연옥으로 도로 내려가시게
될것만 같았다.


바로 그런 생각이 나를 사제로서 다시 곧추잡아주곤 하였다.

물론 어머님을 비롯한 많은분들의 기도와 하느님의 절대적 도우심의 결과지만...

생각해보면 첫미사를 드린이후 미사중 성체를 이루고 나서 예수님께 어머님의
안식을 빌어 드리지 않은 때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던것 같다.

 

그러니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부모님들이시여,
힘내시고 기뻐하십시요!!!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새로운 독특한 신학입니다만(?)^^*
연옥 거치지 않고 바로 천당 가고 싶은 분들은 자녀를
사제나 수도자가 되게 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아참, 그리고 성소 후원회에 많이들 가입해주세요.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이 열심히 기도해드린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한주간 되세요!  / 도림동 성당 주상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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