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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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8-08 ㅣ No.948

연중 제18주일(가해. 2002. 8. 4)

                                              제1독서 : 이사 55, 1 ∼ 3

                                              제2독서 : 로마 8, 35. 37∼39

                                              복   음 : 마태 14, 13 ∼ 2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딘지 시원한 곳이 그리워지고 떠나고 싶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시원할 것 같은 곳은 사람들이 많아 시원하기보다는 더 덥고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떠나보는 것도 좋은 듯합니다.

 

  어느 현자가 하루는 이웃에 사는 구두쇠 영감에게 자기 주먹을 쥐어 보이며 "영감님, 여기 주먹 하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먹이 이대로 영영 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구두쇠 영감이 "당연히, 그것도 병신이 아닙니까?"라고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고 있군요."라고 현자가 답을 하고는 손을 거두어들이며 정색을 하며 "똑같이 돈을 벌더라도 이 두 가지를 잘 이해한다면 당신은 아주 즐거운 부자가 될 텐데 말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현자의 말에 구두쇠 영감은 뭔가를 깨닫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융통성이 생겨서 남에게 베풀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군중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먹도록 마을로 보내자고 말하자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우리에게 지금 있는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나누어주게 합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고 말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얻어먹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배를 채워주시다니 아마 감동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에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없이 술과 젖을 사서 마셔라"라는 말씀이 강하게 다가오는 복음의 모습입니다.  바로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사랑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하느님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고, 굶주리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금은 하느님 사랑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한 사람이 길을 걷다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있는 여인과 그 품에 안긴 어린아이를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성당에 와서 너무나 화가 나서 하느님께 "하느님, 당신이 계시다면 어떻게 저런 고통이 일어나게 합니까?  왜 당신은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까?  뭔가 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얘야, 나는 많은 일을 했단다.  오늘도 그 불쌍한 여인을 위해 일을 했단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나이가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오늘도 그 여인은 길거리에서 구걸하면서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자 하느님께서 "여인을 위해 오늘 내가 그 여인 앞으로 너를 보냈지 않았느냐.  나는 오늘도 어제도 많은 이들을 그 여인 앞으로 보냈단다.  네가 나에게 분노하듯이 나도 그 여인을 보며 마음이 아프단다.  그래서 많은 이들을 그 여인에게 보내서 그 여인을 구하라고 했다.  그런데 너는 나에게 화만 내고 있다.  너는 그 여인에게 네가 입고 있는 옷을 벗어 여인을 구하고자 했느냐?  나는 그 여인을 구하기 위해 너를 보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나이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예수님 시대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적은 능력의 행위로서가 아니라 사랑과 동참의 행위로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또한 기적은 함께 나누는 행위에서 일어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측은한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측은한 마음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 함께 서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 배고픈 군중들을 먹이시는 예수님의 측은한 마음과 우리의 측은한 마음에 혹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쥔 주먹을 펴서 사랑하고 나누는 행동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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