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26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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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26 ㅣ No.108

6월 25일(금)

 

09:30 - 명동성당 100주년 특별연구 발표회 "민족사와 명동성당"이 순조롭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어제 오늘의 행사에 대해 각 천막대표들에게 설명을 하고

      협조를 당부했었는데, 민노총 소속 의료노동조합이 간이천막 2동을 그냥 쓰고 있다.

      어제 이미 약속한 대로 천막을 돌려달라고 하자, 한 여성 노조원이 "우린 그런 약속

      한적이 없다며 비아냥 거린다. 생각같아선 "그럼 성당의 시설물을 누구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고 있으며, 여긴 누구의 허락을 받고 들어와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고, 민노총 지도부에게 따졌다. 그러자 누구인지는 몰라도 민노총 지도부의 인듯한

      사람이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어제 포스터와 초대장, 그리고 요약문

      도 함께 주면서 설명까지 했건만 어처구니가 없다. 어쨌던 지금 간이 음료수대를 설치

      해야 하니 천막을 비워 달라고 하자 곧 비워주었다.

 

10:30 - 전국연합 소속 청년들이 성모동산으로 장비들을 옮긴다.

      긴 통나무와 톱, 망치 등을 가지고 오기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오늘 저녁 19:00

      농성 마지막 행사를 위해 돗단배를 만들려고 한다"고 대답한다. "여기서는 곤란하고

      또 오늘의 행사를 마치고 철수한다고 하니, 뒷 뜰 작업장에서 만들고, 행사를 잘 치르

      라"고 말한 후, 작업장을 내주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하루종일 돗단배를 만들고 만장기를 만들고 분주히 움직인다.

 

19:00 - 특별연구 발표회가 끝나고 발표회 참석자들이 성당 언덕을 내려가고, 전국연합 소속

      시위대가 몰려온다. 200여명의 전국연합 소속 사람들은 "민족의 자주 통일과 보안법

      폐지를 위한 촛불 행사"를 치루고 있다.

 

22:30 - 성당마당으로 나가 전국연합이 떠난 자리로 영화인협회가 천막을 옮겼는지 확인하러

      갔다가 아연실색했다. 영화인협회는 그자리에 그대로 있고, 전국연합이 떠난 자리에는

      또 다른 천막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뭔가? 소속을 물어보니 전국연합

      소속 민주민족청년회라는 것이다.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한 후,

      돌아서는 마음은 배신을 당한 아픔이 가득찼다.

        전국연합 사무국장이 그렇게 자신있게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그렇게 자신하지 말라고, 당신의 생각이 그렇다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있다"고

      말했음에도,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 장담에 예전에 했던 전국연합 노수희 위원장과의 약속(계단공사가 끝날 때까지

      수배자 를 제외하곤 그 어느 곳에도 천막을 치치 않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깼어도

      참아주었는데..... 무엇을 외치는가?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그들이 정의를 외친

      다니....

        

        하느님!

      인내가 필요합니다. 지금 저에게 일고 있는 분노와 미움을 용서하세요.

      글치만 정말 화가 나는데요. 어쩝니까?

      내일 다시 한번 이야기 해봐야겠죠?

 

 

6월 26일(토)

 

08:30 - 민노총의 대외협력국장의 전화다.

      "어제 협조를 구해야 했는데, 잊었다"며, 오늘 민노총 200여명의 대의원 회의를 여는데

      장소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장소가 없다고 말한 후, 그래도 하려면

      성모동산 한 쪽에서 하되, 옆이 계성 초등학교와 여고가 있으니 스피커를 최소한으로

      하고, 11:00부터 혼배미사가 계속 있고, 성모동산에서 촬영을 하니 10:00부터 11:40

      까지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외협력국장은 그러면 충분하다고 말하며 고맙다고

      했다.

 

11:30 - 실직자 쉼터이며 무료급식소인 "명동평화의 집 개원 1주년 평가 발표회"를 위해

      10:00부터 평화의 집에 있었다. 갑자기 여기 저기서 항의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성모동산에서 시위대가 계속 마이크를 켜고 시끄럽게 해, 혼배미사에도 지장이 있고,

      계성 초등학교와 여고에서는 수업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미치겠다.

      대외협력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했는데,

      또 전화가 온다. 11:50인데? 행사장을 빠져나와 성당으로 급히 올라갔다.

      민노총 회의는 아직도 진행되고, 스피커 소리도 줄이지 않았다. 화가나서 엠프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소리좀 줄여 달라고 말하자 곧 소리를 줄였다. 이갑용

      위원장이 앉아 있는 단상을 향해 시계를 흔들어 보였다.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는

      표시를 보냈다. 그리고는 대외협력국장에게 따졌다. "뭐냐? 12:00가 넘었는데.....

      도데체 어쩌자는 것이냐?" 대외협력국장은 난처해 하며 "회의 시간이 사정상 40분

      늦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문화관을 사용할 때, 시간을 지키지 않아

      신자들로부터 거세게 항의를 받아 무척 난처했었는데, 또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이젠 정말 아무것도 못해 주겠다"고 말하자, 곧 끝내겠다고 말한다.

        다시 행사장으로 갔다. 제발 이젠 항의전화가 오지 말아야할텐데...........

 

14:00 - 평화의 집 행사를 마치고 언덕을 오르는데, 중부서 김 형사가 웃으며 인사한다.

      민노총 대의원 회의는 끝났다고 알려 주었다. 뭐가 결정됐느냐고 묻자, "일단 단식은

      오늘로 끝내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후, 향후 계획을 잡을 것을 결정했다"고

      말해준다. 힘들어 보였는지 "그만 쉬시라고" 말한다. 오히려 중부서 형사들이 위로를

      해주니 이거참!!!!!!!!!!!!!!

 

14:30 - 언덕에서 홍근수 목사와 노수희 전국연합 위원장을 만났다.

      함께 어떤 행사를 위해 출발하려는 모양이다. 홍목사와 인사를 나눈 후, 노위원장에게

      항의를 했다. "왜 천막을 깨끗이 정리를 하지 않았느냐? 그곳에는 영화인 협회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단식농성을 하기로 된곳이 아니냐? 어찌된 것이냐?"고..

      노위원장은 옆에 있던 젊은이에게 이게 무슨 소리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연락을    

      하라고 젊은이에게 말한 후, 바삐 차에 오른다. 휴~~~~  덥다. 정말 덥다.

 

17:10 - 민주민족청년회 대표가 찾아왔다.

      또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가 보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간 있었던 내용을

      설명하고 끝으로 부탁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행동하면 결국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윤리,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이들이고, 신의도 저버리는 사람들로

      여러분의 지도자를 만들어야 겠느냐? 그러니 약속대로 철수해 달라"고 했다.

        그는 "왜 지금 당장 급하지도 않은 사안으로 이곳을 사용하려 하느냐?"는 물음에

      "의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도 주고, 구심점을 가지려면 할 수 없다"고 답한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것도 들어서 안다"고 대답한다.

      그럼 어쩌자는 것인가? 좀 있다 동지들이 모이면 협의를 한 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23:45 - 그러나 밖은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민노총의 의료노조 천막만이 철수 했다.

      오늘 회의가 끝난 후, 2동의 천막을 철수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처음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왜냐면 단식을 끝낸 후, 모든 천막을 철수하겠으니 천막을 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시한도 제시 했었다. 그러나 시한도 지킺 않았고, 천막도 2동이나 더 늘리고

      단식을 끝냈으면서도 4동의 천막 중 1동만 철수 했으니.........

        또 경내에서는 운동을 하지말라고 했는데, 틈만 나면 베드민턴이다. "13일간의 단식

      을 한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느냐?"고 단식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하면서도 말이다.

        또 버스운수 노조위원장이 총회장과의 마찰 해결을 위해 방문하기로 한 후, 단식은

      어떻게 하고 그제 이곳을 나갔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만났고 대화를 했으며, 왜 약속을 했는가?

        그럼 노동문제 사태들에 대해 민노총은 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자신들은

      성당에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도, 위원장도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그럼 왜? 공약을 지키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가? 자신들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천막농성자들과 시위대를 보아 왔지만, 영화인협회

      사람들처럼 먼저 찾아와 양해를 구하고 약속한 바를 정확히 지키는 단체를 보기란

      가뭄에 콩나는 듯 하다.

        하지만 단 한 단체라도, 아주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런 단체들 때문에 그래도

      힘을 내본다.

        내일 또 다시 시작해 보자. 이곳이 진정 정의와 도덕과 윤리를 찾아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의를 지키는, 그래서 힘있게 정의를 외치는 그런 곳이 될 때까지...

        하느님!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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