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모기에 물려서 잠 못이룬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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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8-14 ㅣ No.886

모기와 나!

 

 

 간밤에 잠을 자다가 모기에게 몇 군데 물렸다. 옷을 입지 않고 자니까, 천주교 神父인지 미쳐 모르고 물었거나, 아니면 종교인을 싫어하는 모기인지도 모르겠다.  잠을 자다가 모기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솔직히 짜증이 난다.

 

 일단 응급조치로 물파스를 바르고, 홈메트를 켜고, 그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이다. 그래도 아직 2시간은 더 잘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4시쯤 깨면 더 짜증이 난다. 곧 일어나야 하는데, 3시는 그래도 잠을 자는데,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면 너무 유치한 것인가!

 

 방을 둘러보니 문명의 선물들이 상당히 많다. 먼저 VCR 인지, VTR인지 잘은 모르지만 듬직한 놈이 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많은 기능을 알려고도 하지 않지만, 상당히 많은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한편에는 "오디오"가 하나 있다. 물론 그것도 무척이나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나는 그저 키고 끄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벽에는 시계가 하나 걸려 있다. 시계는 때맞추어 시간을 알려 주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뿐이다.  그 시계에 다이아몬드를 박아도, 금칠을 해도, 결국 시계는 시계가 아닌가!

 

 핸드폰만 해도 그렇다. 사실 나는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이상은 잘 모른다. 그런데 요즘 핸드폰들은 그 설명서만 해도 책이  한 권이다.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너무 유치하고 단순한가! 아니면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가!!

 

 사랑도 어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하고, 간단한 것인데, 우리는 그 사랑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조건을 달고, 그래서 열쇠가 필요하고, 그래서 헤어지는 이유도 많아진다.

 

 우리들의 신앙도 사실은 조금 유치하고 단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 말씀대로 살면은 되는 것인데, 어릴 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커지면서 세상을 쪼금 안다고 건방을 떨면서 신앙도 이것저것 따지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이, 우리 삶의 성숙 또한 복잡하고 어려운 것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모기에 물린 다리를 긁다가, 생각해 본 것을 몇 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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