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나는 너를 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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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애 [ridda] 쪽지 캡슐

2001-11-18 ㅣ No.8048

 

나는 너를 만지고 싶다.

 

막 돋아난 새순을 보듬을 때, 이슬을 머금은 꽃잎을 쓸어볼 때, 아주 부드럽고 가벼운 새털에 간질일 때, 실크 블라우스를 걸칠 때, 일백 퍼센트 순면의 내의를 입었을 때, 아슬한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진주를 손에 두었을 때, 그때의 따뜻하고 다정한 감촉을 기억하는지.

 

  그것들은 하나같이 어린 날, 무구하고 평화롭던 지나간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요술처럼 부풀어 오르던 솜사탕,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 몰래 숨겨두고 가끔씩 열어 꺼내어 보고 싶었던 반짝이는 작은 보물들에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떨리던 기쁨과, 그 환희의 통증을 되살린다.  시간은 나늘 점점 거칠고 딱딱하고 무거운 세계속으로 몰아 넣지만, 그 감옥 속에서 때로는 죄수이자 감시자로 살아가지만, 나는 그때의 너를 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너를 만지고 싶다.

 

친구를 만나면 꼭 손부터 잡았고, 동성과 이성에 상관없이 나의 호의를 깊은 포옹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누군가의 뺨을 만지고 살갗을 쓰다듬어 체온을 나누는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의 행동이 남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여겨지며, 때로 불필요한 오해를 빚어낸다는 사실을 알고야 말았다.

  나는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만 내 마음이 분명히 전달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 피부 역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 간절하게 그리운 마음을, 다가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언제나 무언가 모자라 목마른 심정을, 말로 다 못하는 그 숱한 안타까움을.

 

  사랑은 접촉이고, 그 짜릿하고 아슬아슬하며 애탄 느낌이라고, 감정의 장난질이면, 서툰 열정의 발현이면서, 성장의 통과의례이자 맹령한 소통의 욕구였던 연애의 기억 속에서, 숱한 사연과 사건들을 제치고 가장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바로 접촉의 느낌, 그 낯선 촉감이다.  처음 잡았던 손, 처음 스친 입술, 처음 다가온 체온…,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쉬이 잊혀지지 않고 그 아득한 예전처럼 나를 미세한 떨림 속에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 소설가 김 별아의 글 중에서 -

 

의사전달을 말이 아닌,

피부로 전달하고 싶을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제게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합니다.

 

       주일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어난 리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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