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내가 아는 아이에 대해...

인쇄

이진아 [jin0314] 쪽지 캡슐

1999-11-17 ㅣ No.1106

수능 아침인데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뉴스를 들으니 수능을 보러 가던 고 3 수험생이 교통사고로 길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합니다. 의식을 잃은채...

부디 그 학생이 아무 일 없길 바라고, 시험볼 수 있길 바래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이에 대해 얘기해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미혼모의 아이였어요.

어느 날 아침 재활원 문앞에 잘 키워달라는 쪽지 한장과 함께 버려진 아이.

안타깝게도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죠.

그 재활원은 아동수용시설이었기에 아기인 아이를 받을 수 없었죠.

그 아이는 영유아수용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재활원에서는 그 아이를 잊었습니다.

잊을 수 있었던 이유는 ...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날...

재활원에서는 결원이 생긴만큼 타시설에서 아이를 받아들이죠.

평소처럼 타시설에서 아이 두명이 왔습니다.

한명은 세살된 여자아이, 또 한명은 네살된 남자아이.

네살된 남자아이는 보이는 장애는 별로 가지지 않은 예쁜 아이였어요.

반면에 세살된 여자아이는...

첫 느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리에는 기부스를 하고 있고, 눈은 심한 사시에 자폐증까지 있어 책상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했죠.

목젖이 두개인 아이.

머리는 지극히 정상인 아이.

시간이 지난 후 알게된 사실은 세살된 여자아이는 몇년 전 재활원 문앞에 버려져있던 그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더 정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정상이라는 것이 오히려 맘 아팠습니다.

그 아이가 커가면서 겪어야 하는 많은 차별과 냉혹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맘 아팠습니다.

오히려 바보라면 그들만의 세계속에서 행복할 수도 있을텐데...

몸에 장애가 있으니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일테고,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가 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각별한 맘 느꼈습니다.

 

오래된 일입니다.

대학교 2학년때 그 아이를 첨 보았고, 그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재활원에서는 이 아이의 지능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일반학교로 보냈습니다.

길게 본다면 아이를 위하는 방법이었겠죠.

학교를 다니고 나서부터 아이의 얼굴에서 문득문득 어두움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는 친구도 별로 없었고, 친구들이 수업 후 집으로 갈때 혼자서 재활원으로 걸어와야 했습니다.

그 발걸음을 누가 과연 느낄 수 있을까싶습니다.

 

아이는 재활원에서 놀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또 다시 기부스를 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몇달간 기부스를 하고 있던 아이는 어느 순간 자연스레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본인이 일반학교를 거부한 탓도 있었고, 몇달채 학교를 안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

 

그 후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어쩜 저라는 사람은 지켜보는 입장이라 잘못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7년의 시간동안 처음엔 자주, 이제는 가끔 지켜보지만 아이를 보면 그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그때의 제 모습이 기억납니다.

물론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지만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주몽재활원의 유미라는 아이...

지금은 성당에 와서 버릇없이 굴기도 하고, 심술도 부리지만, 저에게는 무척이나 애틋한 아이입니다.

진정 도와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지만, 그 아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겨울이 되니 재활원 난방비 마련을 위해 카드를 판다고 합니다.

몇해동안 해왔던 일이라 의무처럼 카드 판매를 하게될 것 같습니다.

청년 여러분도 의무인양 카드를 구매할 듯 싶습니다.

 

저도 레지오지만 카드가격이 얼마인지 몇장이나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보여주세요.

 

주위의 많은 이들이 여러분의 따뜻함에 용기낼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올 겨울에는 주위를 위해 내 가진 것 중 조금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만약, 만약 그 사람이 하느님이라면 여러분은 하느님을 어떻게 맞이하시겠습니까?



5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