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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으시길)단체의 벽? 개인의 벽?[RE: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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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8-04 ㅣ No.3396

 

사랑하는 미아3동 형제 자매님들께! 특별히 청년 벗들에게!

 

어제 청년연합회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제가 참 많은 말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년 공동체의 모습, 현재의 문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말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청년 대표자들과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게시판이나 다른 방법들을 통해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빨리 글을 올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준배의 글(게시번호 3384번)에 대한 답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조금 내용이 깁니다. 제 안에서 완전히 정리된 것도 아니고 일단 급한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이기에 표현 상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차분히 읽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먼저 짧은 글(게시번호 3384번)이지만 모두가 생각해야 할 내용을 올려 준 준배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갈라져야 할 이유보다 하나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 청년 신앙인 모두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주제일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청년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체 사이의 벽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단체 사이에 벽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단체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벽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과연 실제로 단체 사이에 벽이 존재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단체와 단체 사이에는 벽이 없습니다. 교회 안의 단체는 각기 고유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복음 선포 사명을 수행합니다. 이 단체들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의 지체들입니다. 그렇기에 원래 하나이고 영원히 하나이어야 합니다.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명과 기능이 결코 다른 단체들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벽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체와 단체 사이의 벽이란 사실 단체원과 단체원 사이의 벽일 따름입니다. 그것도 단체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그런 벽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성향에 좌우되는 벽이 있을 뿐입니다.

 

교회 안에 있는 모든 단체는 각기 나름대로의 주된 활동이 있습니다. 이 활동이란 한 마디로 복음 선포의 수단일 따름입니다. 결코 복음 선포를 배제할 수도, 우선할 수 없습니다. 복음 선포를 배제한 활동이란 어불성설일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복음 선포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수행하는 각 단체 사이의 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단체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 벽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각자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그 밖의 단체를 교회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바라봄으로써 일치와 화합을 추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차별화시키고 분리시키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다분히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일치와 화합을 추구하는 사람은 비록 많은 단체원들이 타 단체와의 일치와 화합이 아니라 분리와 차별화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신앙인의 양심으로 복음에 입각하여 끊임없이 일치와 화합을 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리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와는 반대의 행동을 하겠지요. 타 단체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애써 그것을 남들에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 나름대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특히 청년 벗들이여!

 

결코 개인의 생각이나 문제를 단체의 것으로 확대 해석하지 맙시다. 개인의 생각을 마치 단체원 전체의 입장인양 호도하지 맙시다. 자신이 둘러 쳐놓은 벽을 마치 자신도 강요당한 것인양, 그래도 자신도 희생양인 것처럼 착각하지 맙시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다른 이들은 자신을 따라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지 맙시다.

 

고유한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단체 사이에 일치와 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각 단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명과 특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치와 화합보다 자신의 특별함을 애써 내세우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서 인정받으려는 못난 단체원 개개인에 있음을 인정합시다.

 

일치와 화합은 하나의 '상태'가 결코 아닙니다. 끊임없이 수행해야 할 숭고한 '과정'입니다. 흩어진 이들을 하나로 모으시기 위해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태어나신 하느님, 즉 예수님을 항상 기억합시다.

 

우리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형제로 모시며,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예수님을 따르기로 다짐한 신앙인들입니다. 허울좋은, 겉모습만의 신앙인으로 머문다면 '신앙'이라는 것은 하나의 짐스러운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신앙'은 신상명세서의 종교란을 채우기 위해 하나의 액서서리처럼 가지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신앙'은 결단입니다. 그것도 사생결단인 것입니다. 제대로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부터 시작해야 하겠지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줄기차게 수행하기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말입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삶 안에서 같이 고민해 봅시다. 그리고 함께 나누어 봅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저의 체험(사제로서의 사목 체험뿐만 아니라 이전의 교회 청년 운동가로서, 자그마한 단체의 단체원으로서 가졌던 여러가지 체험)과 기도와 묵상 속에서,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물음들과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많은 형제 자매님들께서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는 복음에 더욱 가까운 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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