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그 분과의 추억...

인쇄

정경준 [edumania] 쪽지 캡슐

2000-02-05 ㅣ No.1088

그분은 터프하셨다.

 

교사들이 회합하고 있을 때, 회합실에 들어오셔서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담배를 한 대 피워무시는 것이었다.

 

그분은 거침이 없으셨다.

 

학생들이 성당 교리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리를 없애시고 동아리를 시작하신 분이셨다.

 

그분은 기분파셨다.

 

도보 성지 순례 기획안을, 내용이 짧다는 이유로 4번 퇴짜를 놓으시고

마지막 기획안을 10장 짜리를 내놓자 보지도 않고 통과시키셨다.

 

그분은 완벽을 추구하셨다.

 

도보 성지 순례를 위한 코스를 짜서 올린 것을

5번 퇴자를 놓으셨다. 교사들은 코스를 짜기 위해 모두 걸으면서 답사를 했었다.

 

 

 

 

그분은 멋진 분이셨다.

 

고3피정때, 우리가 한 것은 하루종일 계속되는 묵상이었다.

하루종일 자신과의 싸움에 지친 우리들을

신부님은 밤하늘의 모닥불로 달래주셨다.

 

학생들이 상소리를 많이 한다고,

미사 강론 시간에 제대 위에서, 'ㅆ'글자가 있는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으셨다.

 

성전 건립 기금을 모은다는 말씀을

왜 성당에서 돈 내라는 말을 하냐고, 안 하시던 분이셨다.

 

도보 성지 순례때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학생들의 물통에 소금을 한웅큼씩 던져넣으시던 분이셨다.

 

호주에서 계실 때, 어학연수 중이던 중고등부 교사를 만나자

오래 간직하셨던 '진로' 소주를 꺼내시던 분이셨다.

 

 

........그분이 그립다.



10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