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새신부에게

인쇄

홍성남

2004-08-16 ㅣ No.8594

이보시게

아직 사목자의 길에 들어서지 않은 자네이기에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날들을

잘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마디 조언을 하고프다네

 

많은 신부들이 본당사목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사목이 어렵다는 말들을 한다네

이본당은 이래서 어렵고 저본당은 저래서 어렵고..

물론 틀린말은 아니라네

우리 천주교도 이제는 예전처럼 신부들이 왕처럼 대접받고 사는 그런 분위기에서 많이 벗어나서 이제는 비난을 받는것은 예사고 심지어는 투서로 본당신부를 몰아붙이는 일들도 국내에서 그리고 국외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네

심지어 어떤 신부는 신자에게 멱살잡이를 당한 일까지 있을 정도이니

사목을 하기가 쉽지않음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네

그러나 그런 일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문제와 문제가 부딪쳐서갈등을 빚어낸것들이니

해결의 실마리만 잘 찾으면 그리 어려운 일들은 아니라네

 

이보시게

사목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대상은 신자도 일도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라네

초년병때의 순수함을 지키기 힘들어하는 바로 자기자신이라네

우리는 신흥종교교주들의 무지함과 무모함 그리고 그들의 탐욕을 비난하네만

우리 신부들 역시 그런 자리에 주저앉을수 있는 소지가 너무나 다분하다네

 

자네는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그런 조짐을 알게 해주는 몇가지 현상을 이야기해주고 싶네

이 이야기들은 나자신의 경험 시행착오를 통하여 얻은 것들이니 참고가 될것이라 생각한다네

 

1.신자분들이 주시는 조건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해가 가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지않고 당연한 마음이 내 마음을 점점더 많이 차지해가고 있을때 마음의 영적인 영역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증거일세

사실 사제생활은 우리모두에게 과분한 삶이라네

그리고 우리가 받는 대접들도 그렇고

주님이 아니시면 누가 우리를 그렇게 대접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주님은 뒷전으로 보내고 내영광을 누리고픈 유혹으로

 덜받았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짜증을 내며 사는 일이 빈번하다네

그러나 아무리 이유가 타당하고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런 마음의 내용은 바로 타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징조란 말일세

 

2. 신자분들의  내적변화보다 신자수와 헌금액수 그리고 내주머니에 들어오는

용돈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바로 타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조라네

물론 사목을 하기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네

신부가 가난한 삶을 핑계로 늘 신자분들께 얻어먹기만 하려는 것은

또다른 컴플렉스이기도 하기때문이지

더더우기 우리는 수도자가 아닌 본당사제이기에 적절하게 돈을 써야 할때가 너무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네

 

즉  본당사제는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넘 많다네

자네도 본당에 나가보면 알겟지만

늘 오는 전화나 편지가 다 도와달라는 손을 벌리는 것들이라네

그런것들을 다 도와줄수도 없지만 다 거절할수도 없는것이 본당사제들의

고민이라네

그러나 그것이 고민이라고 하면서 늘 입에 돈이야기를 달고 다니는 것은

사실은 유다가 돈걱정을 한것과 같은 자기 탐욕을 감추기 위한 입바른 소리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아야 한다네

여하간 자네가 본당에서 돈걱정을 하는것은 바로 자네의 영성적인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조짐이니 주의하셔야 한다네

그렇지않으면 돈있는 사람에게는 간이라도 빼줄듯 하고 돈없는 사람은 귀찮아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될것이라네

의사가 환자를 보고서 돈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치료한다면 의사가 아니라 의료기술자로 전락하게 되듯이

우리역시 신자분들을 돈의 유무로 대하는 태도가달라진다면

신부가 아닌 종교사기꾼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라네

 

3 본당을 지키는 것이 힘겨울때 조심하여야 한다네

본당을 지키는것이 힘들다는것은

사제생활이 답답하다는 의미가 없다는 상태에 놓여잇음을 알려주는 증상이기때문이라네

사실 사제생활이란 아주 평범하고 번복되는 삶이라네

어떻게 보면 지루할수도 있는..

가시나무새나 그런 유사한 신부생활은 존재하지 않는다네

그러나 그런 일상의 반복이 바로 영성수련의 일부라는 것이 영성가들의의견인데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성당밖을 배회하는것은

마음이 다른길로 접어들었다는 징조란 말일세

물론 젊은 혈기에 바람을 쐬고픈 것이야 이해가 가지

그러나 그런것이 아닌 마음이 성당을 떠난 그런 경우들도 많이 본다네

마치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가장처럼....

그럴때 정말 조심하여야 한다네

강화도에서 수도원을 하는 우리동창신부가 해준 이야기

바로옆본당보좌신부가 본당을 지키지않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해야 겠다고

계속해서 밖으로 다니더니 결국에는 같이 다니던 여자아해와 결혼하고 말앗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나 흔해서 이제는 들어도  놀랍지도 않다네

 

4.미사가 하기싫을때를 조심하여야 한다네

내경험을 보건대 나의 미약한 영성적인 힘은 그나마 매일미사를 한덕택에

가지게 된것이라고 확신을 한다네

미사는 우리가 사제임을 확인케해주는 성사이지

물론 미사를 너무 자주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미사가 일로 느껴지는 것은 어찌할수 없는 우리의 약함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미사를 없애고자 하는것은

이유의 합당함을 떠나서 내가 사제로서의 신심이 약해져가고 있다는 징조라네

미사는 꼭 하여야 하네

미사가 하기 싫은 느낌이 들때를 돌아보면 대개 마음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을때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내경험이라네

 

5노후걱정이 들때를 조심하게나

나중에 나이을 먹고나면 사실 노후걱정을 하게되는것이 현실이라네

우리네야 수도원같은 공동생활을 하는것도아니고 교구에서노후대책을 확실히 세워주는것도 아니니 본당신부쯤 되고나면 노후걱정들을하기시작한다네

물론 노후에 다른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한 준비를 하는것은 좋은일이라 생각한다네

그러나 지나치게 노후를 걱정하는것은 사실은 마음이사제직에서떠났기에 생기는 걱정이란 것이지

더더우기 건강한 젊은신부들이 노후대책운운하는것은 한심하다못해 불쌍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네

왜냐고? 그런 신부들은 신자분들로부터 왕따?를 당할가능성이 높기때문이라네

자네도 정 노후가 걱정이 된다면

차라리건강관리를 잘하고 노후에도 일할수 잇는 무엇인가를 자네만의 주특기를 개발해놓는것이 자네에게도 이롭고 교회에도 이로울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네

사제의 행복은 모아놓은 돈으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을때까지 일하다가 죽는것이 행복이라고 돌아가신 김창석신부님께서 말씀을 하셧다네

그분은 나이 육십에 미국에 가서 상담심리공부를 하고 돌아오셔서 돌아가실때까지 상담사목을 하신분인데 그분말씀에 나도 공감한다네

 

이밖에도 사제생활이 흔들리는 조짐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라네

그리고 아무리 결심이 굳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흔들림을 겪지 않는 신부는 아무도 없다네

중요한것은 그런 흔들림안에서도 내 마음을 늘 주님께 향하는가 하는것이

참으로 중요한 너무나 중요한 것임을 알앗으면 하네

 

또한 신부는 하느님이 신부들을 통하여 당신 자녀들을 돌보게 하려고 만든사람들이기도 하면서

신부생활을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는것을 잊지마시고

건강하게 잘사시길 바라네

나중에 생각나는데로 글 보냄세

자네는  세속의 길로 빠져들지 말고

지금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살수있기를 기도하고 기대하네



574 8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