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내 마음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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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9-27 ㅣ No.490

며칠전 출근 준비를 하며 아침뉴스를 보던 중에 전람회 소식을 전하며 관람객에게 소감을 묻는 장면이 나왔다. 삼십대쯤 되어 보이는 주부와 초등학생이 모두 좋다고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질문자는 분명히 두 사람에게 본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물었지만 그들은 그저 '좋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요즘 북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며 귀순자들이나 북한주민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게되는 일이 많은데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북한사람들은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귀순자 스스로 밝히듯 어렸을 때부터 토론하고 자아비판이나 타인비판을 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그들의 말하는 모습을 보며 '잘한다'라는 느낌을 갖게되는 것은 그런 그들의 확신에 찬 어조도 한몫을 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추측을 할 때 모두 '같아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같다'의 반대말은 '다르다'이고, '맞다'의 반대말이 '틀리다'이다. 나도 전혀 신경쓰지 않던 말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한 것은 물론 누군가에게 지적 당한후 부터의 일이다. 듣고 보니 '흰색과 검은색은 다르다'로 해야하지만 '다르다'의 자리에 '틀리다'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거기에는 어쩌면 자신의 것과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요즘 우리의 이기심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게시판에 올려진 많은 글들을 보면 철자법이 틀린 경우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이런 의미의 글에 '하례'라고 쓴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면 오타라고 할 수준은 아닌듯 하다. 나 역시 일기장을 보다가도 이런 식의 실수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글씨도 보며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 익히려 노력 중이다. 그런데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식의 잘못된 표현에 대해 내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들의 반응은 '잘난체 한다'거나 '너는 잘 아냐?'라며 피곤하게 만드는 인간이라는 식이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였는지 잔뜩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것은 의자의 빈자리만 두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말을 바르게 쓰는 데에서도 기억했으면 한다. TV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옥의 티'라는 제목으로 제작진의 실수를 귀신같이 찾아내 비웃으며 열광하면서 자신이 쓰는 말에는 어찌 그리도 무심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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