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말도 살이 찌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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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ody] 쪽지 캡슐

2000-09-29 ㅣ No.1280

 

10월은 수확의 계절이고 하늘도 높고 푸르며 말도 살이 찐다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연관도 없는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맘이 편치 않고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면 흉작에 비할만큼 걷어들일 보람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교회 일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전교의 달을 맞이 하여 신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어 불안함을 느껴서 일지도 모른다.

 

10월은 전교의 달이고 10월 마지막에서 두번째 주일인 10월22일은 민족 복음화를 위한 전교 주일이며 우리 본당에서는10월8일 예비신자 입교식을 위한 새신자 초청의 날이 있다.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더욱 주눅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교회는 인류를 위한 구원의 성사이므로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 임무이며 새로움과 젊음을 유지하여 세상의 빛과 누룩이 되도록 선교활동을 계속하고 복음을 전파할 의무가 있다고 할 때면 더욱 죄인이라는 생각 밖에 없다.

 

아니 내가 누굴 무슨 자격으로 새로운 길로 인도한단 말인가? 일당이라도 받고 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은 입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교회를 위해서 좋을런지도 모른다. 동네에서 이중 주차 문제로 시비나 하고 술 먹으면 동네 휘젓고 다니고 목에 힘이나 주고 어디 가면 대접 안 해준다고 섭섭하게 생각하고 동네 애들 시끄럽다고 고함이나 치고 경비 똑 바로 못 한다고 야단이나 치는 주제에 무슨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바오로6세께서는 교서에서 교회 스스로가 복음화되지 않으면 세상을 복음화시킬 수 없다고 하신 것을 보면 비록 나만의 문제 만은 아닐 성 싶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의식을 상실한 채 종교적 무관심과 세속 논리에 끌려 가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지 않은가? 주임신부님 말씀처럼 나의 생활의 중심에 주님이 계시지 않고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주님께 있지 않다면 겉 따로 속 따로 거짓 인생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복음의 정신으로 살고 세상 사람들에게 착한 표양을 보여주고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나야만 비로서 선교의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내 안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뿜어 나지 않고 악취가 풍긴다면 아무도 나로 인해 주님의 길로 인도되지 않는다. 우리 선조들은 목숨을 바쳐 피로서 신앙을 증언하였기에 오늘 우리 교회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난과 순명과 봉사의 길,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자기 희생의 길을 인내하며 끝까지 따라가려는 노력 없이는 올바른 선교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직접 선교하는 일에 자격이 모자란다면 선교 잘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선교주일에 특별회비를 받을 테니 평상시 내던 헌금의 두배 정도면 보상이 될 수 있겠지. 2배? 3배? 아니 3배씩이나 내면 남는 게 없는데. 그리고 본당 설립 32주년을 맞는 공동체와 복음선교를 위한 묵주고리기도에 몇 번 더 착석하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선교의 달을 맞이하여 발표하신 담화문 한 귀절이다.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신자들의 어머니이시고 성령께 온전히 순종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에 "예’ 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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